정치 대통령실

펜스, 文 환영사 안 듣고 5분 만에 떠나...김영남과 악수도 안해

■文대통령 평창올림픽 개막식 리셉션 주재

靑 "美 선수단과 저녁 약속" 해명

오전에는 참석한다고 브리핑

우리 대북정책에 불만 해석도

文, 북미대화 구상 차질 불가피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남(뒷줄 가운데)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각국 정상들이 9일 오후 강원도 용평 블리스힐스테이에서 열린 올림픽 개회식 리셉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하지만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과 김영남(뒷줄 가운데)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각국 정상들이 9일 오후 강원도 용평 블리스힐스테이에서 열린 올림픽 개회식 리셉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하지만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연합뉴스




평창올림픽 직전 각국 정상급 만찬 행사에서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일방적으로 퇴장하는 일이 일어났다. 테이블 좌석까지 배치되고 오래전부터 예고된 행사에서 미국 측이 충분한 협의도 없이 퇴장한 것으로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한 밥상에서 식사를 할 수 없다는 뜻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되며 문재인 대통령이 그리는 북미대화 그림에 먹구름이 커지고 있다.


9일 강원도 용평 블리스힐스테이에서 열린 6시부터 열린 리셉션 행사에서 펜스 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사전 리시빙 행사에 10분 정도 늦었다. 대통령과 귀빈 등은 기다리다 6시11분쯤 행사장에 들어갔다. 이때 펜스 부통령과 아베 총리가 도착했고 문 대통령은 행사가 이미 시작해 환영사와 건배사를 마치고 한미일 포토세션을 가지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환영사에서 “지금 두 손안의 작은 눈뭉치를 함께 굴리고 조심스럽게 굴려가야 한다”며 “우리가 함께 마음을 모은다면 눈뭉치는 점점 더 커져 평화의 눈사람으로 완성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미국과 일본 측은 이를 듣지 않게 됐다. 행사장 헤드테이블에는 문 대통령 내외에 김영남 위원장, 한정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 등만 있었다.

이후 문 대통령은 잠시 나와 한미일 포토세션을 가졌고 6시39분께 한미일은 같이 행사장에 입장했다. 이 자리에서 아베 총리는 착석했지만 펜스 부통령은 정상들과 악수를 나눈 후 5분 만인 6시44분에 자리에 앉지도 않고 부인과 함께 퇴장했다. 펜스 부통령은 다른 테이블에 있는 정상들과도 일일이 악수를 했으나 김 위원장과는 악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 수석은 “펜스 부통령이 6시 30분 미국 선수단과 저녁 약속이 돼 있어 사전 고지가 된 상태였다”며 “그래서 테이블 좌석도 준비되지 않았다. 포토세션에 참석한 뒤 바로 빠질 예정이었지만 문 대통령이 ‘친구들은 보고 가시라’해서 행사장에 잠시 들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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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대다수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까지만해도 헤드테이블 배치도를 브리핑하며 펜스 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마주보고 식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기자단에 설명했다. 각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오래 전부터 공지된 개막식 만찬 행사 시간에 미국 선수단과의 약속을 겹쳐서 잡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결국 북한과 악수를 나누고 함께 식사를 하는 것에 거부감이 든 행동으로 풀이된다. 김여정의 방남으로 평창올림픽에 북한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기류도 읽힌다. 북미대화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아울러 평창 이후 한반도 평화 정세 정착과 북미대화를 중재하려는 문 대통령의 구상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처음 조우했다. 문 대통령 내외는 활짝 웃으며 김 위원장을 맞이했고 김 위원장도 옅은 미소를 띠며 악수를 나눴다. 김정숙 여사는 “김정숙입니다”라며 김 위원장과 인사를 나눴다. 김 위원장은 악수만 하고 행사장으로 이동하려다 문 대통령의 안내로 함께 사진을 찍었다.

아베 총리와 김 위원장은 악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과 마주 보는 자리에 앉았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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