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9개 대학병원이 중증·희귀난치질환 의심 초진환자를 중심으로 ‘15분 심층진찰’ 시범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가 공모한 ‘심층진찰 수가(酬價) 시범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된 곳들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8곳(강남세브란스·고대구로·고대안암·삼성서울·서울대·서울성모·서울아산·세브란스), 경기·인천 4곳(길·분당서울대·순천향대부천·인하대), 영남 4곳(경북대·경상대·계명대동산·부산대), 충청 2곳(충남대·순천향대천안), 강원 1곳(원주세브란스기독)이다.
15분 심층진찰 시범사업은 선택진료비(특진비)까지 받으면서도 1인당 진료시간이 3분 안팎으로 너무 짧아 환자가 자신의 상태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향후 치료에 관해 의료진과 쌍방향 소통을 하기 어렵다는 불만을 해소할 진료 모델을 찾기 위한 것이다. 심층진찰료 9만3,980원 중 환자 본인부담액은 2만3,500원(25%)이다. 대상자별로 연간 1회만 적용되며 암·희귀난치질환은 본인부담률 5%·10%(산정특례)를 적용한다. 소아는 공휴일·야간 가산적용을 할 수 없다. 심층진찰 진료과목·질환·교수와 시행시기는 병원별로 자율 결정한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9월 호흡기내과를 중심으로 15분 진료를 도입한 데 이어 12월 내과·뇌하수체센터·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신경외과·피부과 등 7개 진료과에서 13명의 교수가 심층진찰을 하고 있다. 일부 초진환자가 대상이다.
가천대 길병원은 올해 1월부터 진료협력센터를 통해 접수된 중증질환자들을 대상으로 6개 진료과(감염내과·류마티스내과·신경과·이비인후과·혈액내과·호흡기내과) 교수 9명이 시범사업에 들어갔다. 서울성모병원은 간암·유방암·폐암·림프종·실신·심방세동 환자 등을 대상으로, 인하대병원은 7개 진료과(류마티스내과·소아청소년과·이비인후과·재활의학과·피부과·혈액종양내과·흉부외과) 교수 8명이 지난달 22일부터 심층진찰을 한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10개 진료과 의료진 12명이 중증·희귀난치질환 의심 초진환자 등을 대상으로 이달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갔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5일부터 순환기내과·신경과·소아청소년과 등 교수가 심장·뇌·혈관 분야의 중증·희귀난치성 질환자와 의심환자를, 암병원 암정밀의학클리닉 교수가 전이암 환자를 심층진찰한다. 심층진찰실도 마련했다.
의사와 환자들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강혜련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다른 병원에서 받았던 진찰기록까지 꼼꼼하게 살필 수 있고 환자도 의료진에게 본인의 몸 상태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어 진료에 큰 도움이 된다”며 “제도화를 위해서는 심층진찰 대상자 선별기준을 체계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층진찰을 받은 환자들은 주로 “충분한 시간을 두고 궁금한 점을 문의할 수 있어 좋았다” “의료진이 친절하게 치료계획을 알려주고 조직검사 등 환자가 알기 어려운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줘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보건복지부는 1년간의 시범사업을 거쳐 건강보험 적용 여부, 진찰료 수가와 환자 본인부담률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