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8년간 혈세 수조원 날린 성동조선...구조조정 실패에도 관련자들 침묵

지난 2010년 성동조선은 채권단 자율협약(워크아웃)에 돌입했다. 경영난으로 3조8,000억원에 이르는 빚을 갚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율협약에도 성동조선의 경영 상황은 더 나빠졌고 이듬해 채권단은 삼정회계법인을 통해 실사를 했다. 결과는 ‘청산하는 게 낫다’였다.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를 1조원 넘게 웃돌았던 것이다. 대주주인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안진회계법인에 다시 실사를 맡겼다. 이번에는 존속가치가 높게 나왔다. 새로 나온 실사 결과를 토대로 수출입은행은 지원을 강행했지만 국민은행은 “정상화가 불투명한 회사에 지원을 계속할 수 없다”며 채권단에서 탈퇴했다.

이후 회사의 재무 상태는 더욱 악화됐다. 2010년 1,600억원 수준이던 영업적자가 2014년 3,300억원으로 불었다. 계속된 자금지원에 부담을 느낀 무역보험공사와 우리은행도 채권단을 이탈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2016년에는 자금지원을 중단하고 생사를 법원에 맡기는 법정관리가 낫겠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실사 결과를 번복하면서까지 자금지원을 한 것에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정부와 채권단은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시간을 허비했다. 그러다 지난해 이뤄진 실사에서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다는 결과가 나오자 ‘이제는 결단이 필요한 때’라는 의견이 거세졌다. 하지만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 역시 한참을 망설이다 올해 초 재실사를 시행한 끝에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로 했다. 8년간 회사에 투입된 혈세는 4조원에 이른다.

관련기사



STX조선도 2013년 이후 6조원의 혈세가 들어갔지만 끝내 경영정상화를 이루지 못하고 최근에야 인력 40% 이상 감축 등 강력한 자구책을 전제로 한 회생으로 결론이 났다. 진작에 강한 구조조정이 이뤄졌으면 혈세 낭비는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2015년 이후 2년간 7조원이 넘는 지원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경영정상화 걸음마 상태다.

수조원의 혈세가 허공에 사라졌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금융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성동조선 사태 당시 수출입은행장이었던 김동수 전 행장, 김용환 전 행장은 물론 공기업을 진두지휘한 당시 금융위원장·기획재정부 장관 등도 책임 있는 ‘사과’ 한마디 없다”며 “구조적인 문제는 외면한 채 혈세를 대거 투입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방안과 조선업 구조조정이 어딘가 유사한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서민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