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초인'의 퇴장…구순 앞두고 사표 낸 '홍콩 최고 부자'

5월 은퇴하는 리카싱 청쿵자산홀딩스 회장

자수성가한 '세계 23위 갑부'

대륙투자로 中경제발전 초석

후계자에 장남 빅터 리 지목

"사회 발전에 기여한 삶 기뻐"

리카싱 홍콩 청쿵(長江)그룹 회장. /AP연합뉴스리카싱 홍콩 청쿵(長江)그룹 회장. /AP연합뉴스



“지난 세월 주주들을 위해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이는 내게 있어 가장 큰 영예로 나를 사랑하고 지지해준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홍콩 최고 갑부인 리카싱(89·사진) 청쿵자산홀딩스 회장이 지난 16일(현지시간) 실적발표 회견 직후 성명을 통해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그룹 회장에서 물러나기로 최근 결심했다”며 장남인 빅터 리(53)를 자신의 후계자로 지명했다. 그는 오는 5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공식 은퇴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통신 등은 전했다. 시장에서는 리 회장이 올해 7월 90세를 앞두고 퇴임할 것이라는 설이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리 회장은 은퇴 후 CK허치슨홀딩스와 CK애셋홀딩스의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장남 빅터 리에게 물려준 후 고문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이사회 요청에 따라 계속 그룹에 기여하면서 중대 사안에 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또 자선사업에 전념해 의료 부문과 사회적 이슈 등에 특화한 ‘KS-LK재단’을 맡아 운영할 방침이다.


홍콩 재계의 살아 있는 신화로 불리는 리 회장의 이름 앞에는 항상 ‘초인’ ‘슈퍼맨’ 같은 수식어가 붙는다. 전기부터 통신, 전자제품, 약품·화장품에 이르기까지 홍콩인들의 생활 곳곳에 리 회장의 손이 안 뻗치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그의 자산은 360억달러(약 38조4,600억원·포브스 집계 기준)에 달해 홍콩 최고 갑부로 통한다. 세계 순위에서는 23번째 부자다. 하지만 중화권이 리 회장을 칭송하는 이유는 그가 맨손으로 시작해 막대한 부를 일군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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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집 종업원과 금은방 거리 판매원 등 하루 최대 20시간을 쉬지 않고 일하던 그는 22세 때인 1950년 5만홍콩달러(약 600만원)를 빌려 청쿵그룹의 모태인 청쿵공업을 세웠다. 청쿵공업은 플라스틱 조화를 만들어 팔던 회사다. 리 회장은 이탈리아까지 가서 기술을 습득하고 이를 사업화해 창업 7년 만에 세계 최대 플라스틱 조화 업체를 일궈냈다. 제법 큰 돈을 벌게 된 리 회장은 이후 부동산 사업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홍콩이 중국 내륙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동시에 남태평양을 맞대고 있는 지리적 요충지라 판단하고 과감히 뛰어든 것이다.

제조업으로 번 돈을 홍콩 부동산에 투자해 거액을 일군 그는 한발 더 나아가 그 돈을 대륙에 투자해 중국 경제 발전의 초석을 닦았다는 평을 듣는다. 30년간 그의 차를 몰았던 운전기사가 그의 통화 내용을 들으면서 얻은 부동산 정보로 투자해 노후를 넉넉히 보내고도 남을 이익을 냈다는 이야기는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다.

그는 홍콩의 미래를 걱정하며 기회가 될 때면 젊은이들에게 충고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리 회장은 “젊은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기회는 많이 있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젊은이들이 지식의 축적을 통해 자신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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