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글로벌 경제에 피어오르는 먹구름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대학 교수·한국경제학회장

IMF 등은 장밋빛 미래 점치지만

가계부채 늘어나 안심할 수 없어

G2 무역전쟁 조짐까지 설상가상

한국, 수출 감소 대책 등 마련을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대학 교수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그리고 내년에도 글로벌 경제의 성장 랠리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월 IMF에 이어 지난달 OECD도 올해 세계 경제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비록 보호무역주의의 위험을 경고하기는 했으나 크게 문제 삼지는 않는 듯하다.


그러나 현재 글로벌 경제의 모습을 보면 과연 전망대로 성장 랠리가 계속될 것인지 불확실하다. 금융위기의 역사로부터 정형화된 사실을 밝혀낸 ‘이번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에 따르면 위기는 예외 없이 낙관론에 따른 자신감에서 시작됐다. 자신감은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를 자극해 돈을 빌려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행태를 부추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상당수의 나라에서 부채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IMF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가 65%를 초과할 때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자칫 자산시장의 호황이 성장을 갉아먹을 수 있는 것이다.

한편 OECD의 진단처럼 투자가 성장 랠리를 주도한다면 자본재와 국제상품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한편 이들 가격이 상승할 때 실제 투자는 당초 예상한 것보다 적을 수밖에 없으며 그만큼 성장을 제약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더욱이 지난주 금리를 올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인식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동반성장이 당초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중립적 통화정책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이때 글로벌 경제의 연결고리가 취약한 외채가 많은 신흥국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 경제를 떠받치던 신용 붐이 위축되면서 이미 신흥국 경제는 지난해 3·4분기를 정점으로 하향세로 접어들었다는 주장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성장 랠리에 하방 위험이 있다면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은 자칫 모든 교역 당사국의 성장을 잠식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주요 동맹국에 철강 관세를 유예·면제해준 미국 정부는 지난주 통상무역법 301조에 의거해 중국에 대해 연간 수입의 10%가 넘는 최대 600억달러에 해당하는 10개 부문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직접투자를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덧붙여 기술기업에 대한 중국의 불공정 관행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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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중국은 수입농산물 등에 대한 보복을 다짐했다. 중국에 있는 미국 기업이 인질로 잡힐 수도 있다. 그러나 역사를 돌이켜보면 무역장벽은 또 다른 무역장벽을 불러와 승자 없는 패자만 낳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제재를 발표한 날 다우지수는 700포인트 이상 폭락했다.

실제로 주요2개국(G2) 간 무역전쟁이 벌어질지 아니면 일부에서 예측하듯이 미국이 주요 교역국들과 중국에 대한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압력을 행사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일어나는 상황의 전개가 마치 게임과 같아 그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파급효과를 가늠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보호무역주의의 대두는 궁극적으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에 가장 큰 피해가 돌아가게 한다. 특히 교역국 간 공급사슬망으로 연결돼 중간재를 교역하는 산업 내 무역의 규모가 매우 커 비록 직접적인 영향은 받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간접적인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 글로벌 은행의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가 글로벌 공급사슬에 참여하는 17개 신흥국에 미치는 영향을 소개했다. 대만·한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의 순으로 파급효과가 컸으며 싱가포르를 제외하면 나머지 나라가 중국을 경유하는 공급사슬에 포함됐기 때문에 더욱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수출 덕분에 오랜만에 기지개를 켰다. 올해도 그런대로 수출은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의 수출호황은 의외로 빨리 마감될지도 모른다.

더욱이 보호무역주의는 ‘국가의 크기’를 공저한 알베르토 알레시나가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던’에 비유했듯이 거대 국가의 지대 추구 행위를 동반한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로서는 지난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정말 지혜가 필요한 때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대학 교수·한국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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