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단독]철강업계 중국산 자재 사용 감축 결의

대미 수출 초토화 우려에 자율 협의

한미 통상협상 해결 실마리 기대

美 이르면 이번주 최종심 발표

철강관세 '완전면제' 영향 준듯




한국 철강업체들이 중국산 자재 사용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 자재를 대량으로 들여와 가공한 뒤 자국에 쏟아낸다며 뱁새눈을 치켜뜨는 미국을 달래기 위해서다. 양국 협상에서 최대 이슈였던 중국산 수입건의 해결 실마리를 찾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조치가 철강 관세 완전 면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관측된다.

25일 철강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철강 업체들은 최근 중국산 자재 사용을 줄이기로 결의했다. 국내 철강 업체들이 미국 수출용 철강에 쓰이는 중국산 소재를 지금보다 더 줄이거나 대미 수출과 무관한 중국산 수입물량이라도 조절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별 업체들이 마련한 안은 철강협회가 종합해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 철강 업체의 대미 수출길이 초토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짜낸 자구책이라는 분석이다. 25% 추가 관세 부과 전에도 미국이 개별 철강재에 고율의 관세를 매겨온 터라 대미 수출은 이미 상당한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지난해 국내 철강업체가 미국에 판 철강재는 전년보다 22만톤 줄어든 372만톤 수준으로 떨어졌다.


개별 철강재를 대상으로 한 보복관세 강도는 더 높아지는 추세라 절박감은 더 컸다. 미국은 해마다 개별 품목에 대한 보복관세를 재산정하는데 올해 예정된 연례재심부터 현지 인프라 건설 수요가 뛰면서 수출량을 늘려오던 한국 파이프 제조 업체를 겨냥해 보복관세를 높일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았다. 이미 미 상무부는 지난해 넥스틸 등이 수출하는 유정용 강관에 대해서는 관세를 8%에서 46%로 올려잡았고 현대제철 송유관에 반덤핑관세를 6%에서 19%로 세 배나 높이며 고강도 관세 폭탄 투하를 예고하고 있었다.

관련기사



하루빨리 미국을 달래야 했던 국내 철강 업체가 중국산 자재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한 것은 이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이 중국산 물량을 간접적으로 수출한다고 판단해 통상 공세를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중국산 철강재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국가(지난해 1,298만톤)인 동시에 대미 수출 3위에 올라 있다는 것이 근거다. 그동안 한국을 거쳐 미국으로 가는 중국산이 전체 철강재에서 2.4%에 불과하다는 정부의 설득에도 쉽사리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업계는 이번 결단이 지난 수 주간 현지에서 미국과 마라톤 협상을 벌인 정부에 힘을 실어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내부적으로 미국의 25% 추가 관세 부과 조치의 주요 원인이 환적(換積) 문제라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를 의식해 개별 업체에 명시적으로 중국산 물량 조절을 지시했다가는 후폭풍이 불 수 있어 신중한 태도를 고수해왔다. 중국산 물량 감축 지시에 발끈한 중국과 자칫 국제기구에 이 문제를 끌고 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의 아픔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의 이번 결단으로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미국이 한국에 대한 경계심을 다소 풀지 않겠느냐”고 해석했다.

철강 업체가 중국산 자재 감축으로 추가 자재 조달 비용까지 떠안으면서 정부를 외곽지원한 업계는 ‘완전 면제’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수입산 철강에 25% 관세를 추가로 부과할 뜻을 밝히면서도 한국 등 일부 국가에는 잠정 면제 판정을 내려둔 상태다. 한국산 철강에 대한 최종심은 이르면 이번주 발표될 예정이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중 자동차 분야에서도 일부를 양보하며 한국 철강을 살린다는 얘기가 나와 다행”이라며 “정부의 최종 발표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우보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