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누나’ 손예진의 회사에는 적군인지, 아군인지 혼란스러운 사람들이 존재한다. 도통 알 수 없는 속내는 리얼한 회사 이야기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이끄는 요인이기도 하다.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이하 예쁜 누나)’(극본 김은, 연출 안판석)에서 사내 성희롱 문제의 직접적인 증거가 모이면서 윤진아(손예진)의 회사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여자 직원들의 피해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진아에게는 정영인(서정연) 부장과 금보라(주민경) 대리가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하지만 모든 일이 순탄하지 않듯이 적군인지, 아군인지 혼란을 안겨주는 사람들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진아의 나비효과로 여직원들의 분위기가 달라졌음을 직감한 조경식(김종태) 대표. 정부장에게 “모든 종류의 차별로 인해 발생하는 불편사항에 관한 여직원들 의견 받아서 가져와”라는 지시를 내렸다. 정부장이 최중모(이창훈) 차장을 통해 남호균(박혁권) 이사와 공철구(이화룡) 차장의 사내 성희롱 증거를 은밀하게 수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도 묵인해줬다. 이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물갈이용”이라는 이유를 댔지만 날선 눈빛과 묘한 미소는 그에게 다른 의도가 있음을 짐작케 했다.
이와 같은 행동들은 조대표가 여자 직원들의 편에 설 것이라 생각하게 했지만, 이와는 다른 그의 진심이 조금씩 드러났다. 힘겹게 용기를 낸 진아의 진술서를 받고 “이거 터지면 윤진아가 괜찮을까 모르겠어.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말이야”라는 의중 모를 말을 던진 것. 평소 의미심장한 말로 묵직한 한방을 날렸던 조대표이기 때문에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 것인지 더욱 궁금해진다.
적군으로 돌아설지, 의외로 아군이 되어줄지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되는 인물도 있다. 입사 동기인 진아와 종종 마찰을 빚던 강세영(정유진) 대리. 사내 성희롱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았다. 하지만 강대리에게 남이사가 승진이라는 달콤한 미끼를 던지며 접근하자 이야기는 달라졌다. “알다시피 회사가 좀 뒤숭숭하잖아. 그 강대리를 좀 이렇게 해주려도 말이야. 내 위치가 안정되고”라며 돌려 말하는 남이사의 말을 듣고 그에게 줄을 섰다.
“성추행 문제 터지면 가해자들 어떻게 될까? 다 잘리겠지?”라는 보라의 말에도 “뭘 그렇게까지. 다 먹고 살자고 나오는 사람들인데”라며 은근히 남이사의 편을 든 강대리. 다른 여직원들이 진술 때문에 불이익을 얻을까 걱정하자 “불행 중 다행으로 금대리하고 난 직접적인 피해잔 아니잖아. 당사자들 입장이 있는데 억지로 끌어내는 게 우선은 아니라고 생각해”라며 성희롱 조사에서 발을 빼려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또한 남이사를 주도자로 몰고 가는 공차장의 행동에 대해 몰래 보고하는 모습이 포착되는 등 수상한 행적이 계속되고 있다.
금대리는 회사를 “지옥보다 더한 전쟁터”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회사는 적군과 아군의 구분이 어려운 곳이기도 하다. 진아가 용기를 내어 성희롱 피해 사실을 진술했지만 다른 직원들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 과연 숨은 속내가 의문스러운 조대표와 강대리는 진아의 적군으로 남게 될까, 혹은 아군이 돼줄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오는 11일 오후 11시 제13회 방송.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