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고용 금융위기후 최악]물량 동반 않는 수출액 증가...결국 고용없는 성장으로

반도체 호황덕 수출 늘었지만

수출물량은 세계 평균 못미쳐

"경쟁력 감소 신호" 분석도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73개월째 흑자 행진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호조가 지속되고 있는 덕이다. 하지만 고용 증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통상적으로 수출 증가는 설비투자 확대와 고용 증가로 이어져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우리의 경제는 그런 그림이 없다. 왜 그럴까.

경제전문가들은 이 같은 모순을 수출의 ‘가격과 물량’ 차이로 설명하고 있다. 고용은 가격보다는 물량과 비례한다. 그런데 현재는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의 수출가격 상승으로 수출액은 늘었지만 고용과 맞물리는 수출물량 증가는 지지부진하다. 수출이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다.

실제 지난해 우리 수출액은 전년 대비 15.8% 증가해 세계 평균(10.6%)을 크게 웃돌았다. 세계 10대 수출국 중 수출액 증가율 1위다. 하지만 수출물량을 보면 상황은 정반대다. 실질 수출 증가율을 보면 지난해 수출 증가율은 3.8%에 그쳤다. 세계무역기구(WTO)가 발표한 세계 평균 수출 증가율(4.5%)에도 미치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이 세계 평균에도 뒤지는 것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치명적이다. 지난 2016년 상황과 대비된다. 당시 수출액 증가율은 -5.9%로 고꾸라졌지만 수출물량은 2.1% 늘어 세계 평균(1.6%)을 웃돌았다. 경상수지가 부진했던 2016년에는 고용 증가율이 유지된 반면 경상수지 흑자 행진 중인 최근에는 고용이 꺾인 결정적 근거다. 결국 최근의 고용 부진의 원인을 수출물량 부진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수출물량 감소는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라며 “최근 경상수지 흑자와 수출액 증가는 반도체 경기 호황에 따른 착시효과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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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가격은 외부요인에 따른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수출액으로는 우리의 수출 경쟁력을 판단하기 어렵다”며 “이런 점으로 인해 수출 증가가 고용 창출로 잘 이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 창출 효과가 크지 않은 산업 위주로 수출이 증가하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을 이끈 품목은 반도체와 석유제품이었다. 두 품목은 각각 57.4%, 31.7% 수출금액이 늘었다. 그런데 반도체와 석유제품은 10억원 수출할 때 취업유발인원이 각각 3.6명, 2.0명에 그친다. 전체 산업 취업유발계수가 12.5명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다. 수출 주력업종 중 그나마 취업유발계수가 양호한 자동차와 조선은 최근 수출이 부진한 실정이다. 이런 점 때문에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취업유발계수는 7.79명으로 전년(8.22명)보다 떨어졌다.

수출 산업의 ‘고용 경직성’도 수출과 고용 간 상관관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우리나라 수출의 주역은 아직까지 제조업인데 제조업은 강성 노동조합 등 때문에 고용 경직성이 높다. 한번 고용한 근로자는 여간해서 내보내기 어렵고 임금도 조정이 쉽지 않다. 제조업체가 수출 실적이 개선돼도 국내 고용 투자를 확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실제 자동차 산업의 경우 지난 21년간 국내 공장 신설이 전무했고 반도체는 수출의 과실을 고용보다 설비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노동시장의 구조개선 없이는 수출이 아무리 늘어도 고용이 확대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능현·서민준기자 nhkimchn@sedaily.com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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