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아이들에 잃어버린 소리 찾아줄 수 있어 행복합니다"

배우 김민자 청각장애아 대모로 제2 인생

이명증 앓다 관심 갖게 돼

2000년 사랑의달팽이 설립

18년간 684명 수술비 지원

"배우로 받은 사랑 갚고 있죠"

김민자 사랑의달팽이 회장/사진제공=사랑의달팽이김민자 사랑의달팽이 회장/사진제공=사랑의달팽이



“연기로 세상과 소통하는 것보다 듣지 못하는 아이들이 세상과 소통하도록 돕는 일에 더 보람을 느낍니다.”

‘청각장애아의 대모’로 불리는 김민자(76·사진) 사랑의달팽이 회장은 지난 3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배우로 국민들에게 받은 사랑을 아이들에게 소리를 되찾아주는 일로 갚아나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회장은 국민배우 최불암(78)의 아내이자 1970년대 톱스타로 유명했다. 그랬던 그가 청각장애아 후원자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랑의달팽이는 선천성 청각장애아에게 수술비와 재활치료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다. 지난 2000년 이후 684명의 아이들이 이 단체를 통해 인공와우 수술을 받고 소리를 되찾았다. 김 회장은 4월 제38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청각장애아를 후원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포장을 받기도 했다.

김 회장은 20년 전쯤 이명증이 찾아오면서 소리의 중요성을 알게 됐고 이는 자연스레 청각장애아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당시 치료를 담당한 의사의 권유로 청각장애아 후원에 동참하게 됐다. 처음에는 귀를 낫게 해준 의사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 때문에 일을 시작했지만 소리가 안 들려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만나면서 제2의 인생을 살게 됐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연기 활동을 중단한 지난 10여년 동안 청각장애아에게 수술비를 지원해줄 후원자를 찾는 활동에만 전념해왔다. 설립 첫해인 2000년 2명의 수술비를 지원한 사랑의달팽이는 지난해 한 해에만 98명을 지원하면서 국내 최대 규모의 청각장애인 후원단체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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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달팽이는 악기 가운데 인간의 음성과 가장 흡사한 소리를 낸다는 클라리넷을 활용해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아이들에게 자신감도 키워주고 있다. 해마다 가을에는 후원받은 아이들로 꾸려진 클라리넷 앙상블 연주단의 정기 연주회도 열린다. 특히 후원받은 아이 가운데 한 명이 지난해 음대에 입학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대목에서는 김 회장의 얼굴에 미소가 활짝 폈다.

김 회장은 청각장애는 재활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수술을 받더라도 인공와우로 들을 수 있는 소리의 음역대는 대화 톤으로 한정돼 있어 수술받은 아이가 음악을 듣고 노래하는 것은 한계를 극복하는 것과 같다”면서도 “아이들을 보면서 난청은 노력으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장애라는 확신이 섰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각장애아를 위한 후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수술을 받으면 장애 없이 살아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과거 5,000만원에 달했던 수술비가 국민건강보험 지원으로 500만원이면 가능한 시대가 됐지만 청각장애는 유전적으로 대물림될 확률이 높아 수술을 받지 못한 친구들이 많다”며 “배우 김민자보다 아이들에게 소리를 선물해주는 일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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