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난민찬반집회 "자국민 위협" vs "편견일 뿐" 도심서 신경전

서울 도심서 100m 간격 두고 찬반집회

"무슬림 문제 많아" vs "검증 안 된 편견"

무력충돌 우려해 경찰 480여명 배치

‘난민법과 무사증 폐지 촉구집회’가 열린 30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무사증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신다은기자‘난민법과 무사증 폐지 촉구집회’가 열린 30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무사증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신다은기자



“난민법을 폐지하라! 무사증을 폐지하라!”

“난민을 환영한다! 무비자입국을 허용하라!”


난민 수용 찬성·반대집회가 동시에 열린 30일 오후 8시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 폭우가 그친 지 2시간도 되지 않은 주말이었지만 집회 참가자 500여명은 피켓과 촛불을 손에 쥐고 삼삼오오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불과 100m 간격을 사이에 두고 각각 찬반집회를 연 단체 ‘벽돌’과 ‘불법난민신청자외국인대책국민연대’는 예멘 난민 수용에 대해 확연한 입장차를 보였다.

자신을 불법난민대책연대의 대표자인 ‘일반국민’이라고 밝힌 한 여성은 성명서를 통해 “유럽이 시리아 난민 받은 후 수많은 비극적 참사가 발생했고 우리나라도 그러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며 “최악의 사태를 걱정하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난민신청자가 첫 심사에서 탈락하더라도 5번에 걸쳐 재심사를 신청할 수 있고 설사 최종 탈락하더라도 불법체류자로 남을 수 있다”며 “법무부는 우리 법의 허점을 파고드는 가짜 난민을 거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슬람교인의 입국으로 인해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집회에 참가한 김모(42)씨는 “자국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점은 안타깝지만 폐쇄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이슬람 종교를 품을 수는 없다”며 “유럽에 정착한 무슬림 난민들이 세를 키워 테러와 폭력, 성범죄가 만연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자녀와 함께 집회에 참가한 박모(70)씨도 “우리나라에 취직 못한 젊은이가 얼마나 많은데 난민에게 일자리를 주느냐”며 “길에서 이교도를 만나면 목을 치라고 가르치는 이슬람교를 받아들인다는 발상도 너무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연대 측은 △비진정난민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 마련 △자국민 위험 차단 못할 시 난민법 폐지 △비진정난민 상세 심사할 수 있는 법 마련 등을 요구했다. 집회 진행자는 카타르 언론사가 집회를 취재하러 오자 “중동이라고 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카타르는 난민을 안 받는다”며 해당 언론사 기자를 향해 환호성을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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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인권단체 ‘벽돌’과 노동자연대 등 시민단체가 30일 서울 중구 세종로파출소 앞에서 집회를 열고 난민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신다은기자난민인권단체 ‘벽돌’과 노동자연대 등 시민단체가 30일 서울 중구 세종로파출소 앞에서 집회를 열고 난민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신다은기자


반면 연대와 불과 100m 떨어진 서울 중구 세종로 파출소 앞은 난민단체 ‘벽돌’과 노동자연대 등이 ‘난민 반대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난민 수용을 촉구했다. 집회를 계획한 난민단체 ‘벽돌’의 정우재씨는 “온라인으로 확산되는 난민 혐오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벽돌에서 자체적으로 집회를 열었다”며 “우리 집회의 취지에 공감하는 일반 시민들이 지지 발언을 신청하고 함께 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전했다.

난민 수용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자유발언도 이어졌다. 김종환 노동자연대 활동가는 “언론에서 브로커를 자주 언급하는데 탈북민도 탈출을 위해 브로커 쓰는 경우가 많다. 브로커가 비진정난민을 가늠하는 척도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 활동가는 이어 “유럽이 난민 때문에 망가졌다는데 유럽으로 향한 난민은 전체 7억 난민 인구의 0.2%밖에 안 되며 독일 난민은 전체 독일 인구의 2%에 불과하다”며 “최하층을 범죄시하면서 인종차별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소년트렌스젠더튤립연대의 한성(17) 활동가도 “지금의 난민 괴담은 사실보다는 난민에 대한 편견을 중심으로 유통되고 있다”며 “사회윤리를 파괴하고 여성들을 강간할 거란 주장은 몇 년 전 성소수자에게 했던 말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이날 두 집회가 동시간대 100m 간격을 두고 열린 탓에 경찰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이날 서울 종로경찰서는 의경 6개 중대와 경찰서 형사 등 총 480명을 현장에 배치해 물리적 충돌에 대비했다. 이 때문에 집회가 열린 양측 무대와 사이에 놓인 횡단보도를 경찰 20여 명이 둘러싸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오후 8시부터 1시간 가량 이어진 맞불집회는 각자 자유발언과 공연을 이어가며 충돌 없이 무사히 마무리됐다.

난민 수용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달 제주도에 예멘 난민 519명이 입국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촉발됐다. “무슬림이 국민 안전과 일자리를 노린다”, “무사증 입국해 불법을 일삼는다”는 소문이 돈 후 난민법 폐지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지난 13일 등록됐고 현재 56만명이 서명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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