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신용대출 금리가 5%에 육박하고 고금리 대출자가 증가하자 공정위가 칼을 빼 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권에 금리 인상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는 얘기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약관심사는 공정위의 권한에 속한다. 금융사의 대출약관도 예외가 아니어서 불공정 여부를 따져볼 수는 있다. 하지만 금리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라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공정위가 금융 전문성을 갖췄는지 의문이다. 자칫 4년이나 헛발질을 하다가 무혐의로 종결된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사건의 재판이 될까 우려스럽다. 이 사건은 공정위가 2012년 7월 은행·증권사의 CD 금리 담합 의혹을 조사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금융감독원이 “CD 금리의 메커니즘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반발하고 금리를 조작할 이유가 없다는 금융위원장의 지적에도 조사를 강행했다.
2014년 1월에는 소비자가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CD 금리 조작 증거가 부족하다”며 은행 손을 들어줬지만 입을 다물고 있다가 2016년 7월에야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 사이 시장은 혼란과 불신에 시달렸다. 공정위의 전문성 부족과 불충분한 근거에 의한 무리한 조사 때문이다. 이렇게 시장작동 원리를 모르고 위법을 판단한다는 것은 난센스다.
금리 문제는 공정위가 개입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필요하다면 금융당국에 맡기는 게 맞다. 마침 윤석헌 금감원장이 25일 “대출금리 결정체계가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설계·운영되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공정위가 다시 헛심을 쓰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