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남북관계 진전은 비핵화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남북관계가 북한 비핵화와 같이 가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7일 4차 방북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접견한 후 트위터에 “남북관계 진전이 비핵화 진전과 반드시 보조를 맞출 수 있도록 우리의 한국 친구들 및 동맹들과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를 기대한다”는 글을 올렸다. 도로와 철도 복구를 비롯한 남북 협력사업들이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되는 데 대한 불편한 심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환경이 9월 평양선언과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을 계기로 어느 정도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 결과에 대해 “상당히 좋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 또 한걸음 내디뎠다”고 언급한 것이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동시에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한 달 전 상황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의 길을 걷고 있다는 확신을 갖기 힘들다. 김 위원장은 풍계리 핵실험장의 불가역적 해체를 확인시키기 위해 사찰단을 초청하면서도 9월 평양선언에서 약속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발사대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영변 핵 시설에 대해서도 아직 나온 게 없다. 완전한 비핵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 담판에서 진전된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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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매달리는 것은 북측에 시간을 끌수록 유리하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게다가 남북협력사업이 본격적으로 실행되면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갈지 아무도 모른다. 국회예산정책처조차 관련 비용을 추계할 수 없다며 두 손을 든 상태다. 이런데도 정부는 판문점선언 이행비용으로 4,712억원 규모의 1년짜리 추계 비용만 제시할 뿐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경우 수백조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외면하고 있다.

남북협력사업이 한반도 긴장 완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도 북한의 비핵화가 실현됐다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만 가능한 시나리오다. 머리 위에 핵을 이고 있는 상황이 해소되지 않은 채 이뤄지는 남북관계 개선은 북한의 핵 개발을 도와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남북협력사업으로 우리가 실제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얼마나 되는지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무턱대고 남북관계 개선에만 매달리다가 명분도 실익도 모두 잃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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