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국제유가 40% 급락] "50弗 붕괴...당분간 하락세 정유 등 수출 타격 불가피

■국내 영향은

WTI 16개월만에 최저치 기록

산유국 경기 침체→교역 축소

반도체·조선도 수출 둔화할듯




원유를 100% 수입하는 우리나라에 ‘저유가’는 기본적으로 좋은 소식이다. 원료비 부담 축소로 기업의 비용이 줄어들고 서민들의 기름 값 부담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둔화’를 원인으로 하는 급격한 유가 하락은 우리 경제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직접적으로는 우리의 주요 수출품인 석유화학 제품의 단가하락으로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 있고 간접적으로는 산유국 경기침체→세계경제 침체 가속화→수출 둔화라는 경로로 우리 경제에 타격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요는 줄고 공급은 늘고…‘퍼펙트스톰’=국제유가는 올해 10월 초까지만 해도 1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던 전망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10월 중순부터 시장 움직임은 예측과 정반대로 돌아섰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본격화되고 세계 원유시장의 큰손인 중국 경기마저 둔화 추세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수요는 위축되는데 공급은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미국이 한국과 중국, 일본 등 8개국에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의 예외를 인정한 후 유가 하락 속도가 빨라지자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회원국들은 내년 1월부터 하루 120만배럴씩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미국이 셰일 원유 생산에 박차를 가하는 등 원유 공급은 줄지 않고 있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이달에만 하루 13만4,000배럴씩 증가했다. 하루 평균 1,200만배럴의 원유를 뽑아내며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에 올라선 상태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런던시장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10달러가량 낮은 이유도 미국의 셰일 원유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WTI 가격은 지난 10월3일 고점 대비 39.2%나 폭락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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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와 감산에 합의한 러시아도 미국을 따라 산유량을 늘리고 있다. 이달 들어 원유 생산이 하루 1,142만배럴로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러시아의 증산은 감산합의 이행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높이며 유가 하락세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원유시장에 ‘퍼펙트 스톰’이 닥쳤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셰일 원유의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40달러 선에서 지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갑작스런 低유가는 경제에 악재=불과 수년 전 우리 경제는 저유가의 공포를 몸소 체험했다. 2015년 말~2016년 초 월 수출 증감률은 -20%에 육박했다. 2016년 1월 당시 수출은 19.6% 감소했다. WTI 가격이 20달러대(2016년 1월20일 배럴당 27.88달러)까지 곤두박질쳤던 때다. 저유가로 기업의 원재료 비용 부담은 줄었지만 수출 단가가 더 크게 하락해 결과적으로 매출이 줄어든 탓이다. 최근 수출 호조세도 반도체 경기 호황과 함께 유가가 반등한 영향이 컸다. 지난해 초부터 국제유가가 50~60달러대로 올라서자 석유화학 제품 수출도 덩달아 증가한 것이다. 최근 국제유가가 40달러대로 떨어지자 국내 정유업체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실제 3년 연속 3조원대 영업이익 달성이 무난해 보였던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영업이익이 2조7,0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저유가 세계경제 둔화 가속화할수도=세계경제 둔화 우려를 원인으로 하는 저유가는 경기 둔화를 한층 가속화시키는 촉매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저유가→중동 등 산유국 경기 침체→글로벌 교역 및 자금흐름 축소→경기 침체 가속화라는 경로를 통해서다. 세계경기 침체는 석유화학 제품뿐 아니라 반도체를 비롯한 조선 등 최근 호황을 보이는 주요 품목의 수출 둔화를 야기할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최근 국제유가 하락은 기본적으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됐다는 게 문제”라며 “소비와 투자 등 내수도 불안한 상황에서 저유가발 수출 감소까지 겹치면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손철 특파원 runiron@sedaily.com 김능현·양철민기자 nhkimchn@sedaily.com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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