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페르노리카, 임페리얼 넘기고 60% 감원

불황 늪에 결국 감원카드 꺼내

정규직 ⅔이상 줄이는 특단책

임페리얼, 드링스에 판권 매각

앱솔루트·발렌타인 판매 주력

노조 "일방적 구조조정"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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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페리얼, 발렌타인 등의 위스키를 판매하는 외국계 기업 페르노리카코리아가 대표 제품 ‘임페리얼’의 판권을 매각하는 동시에 현재 220여 명인 정규직을 90여명으로 줄이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다. 회사 측은 위스키 시장의 오랜 불황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대다수 임직원들은 “일말의 상의도 없는 기습적인 구조조정”이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어 앞으로 노사 간의 거센 충돌이 있을 전망이다.

22일 페르노리카코리아는 회사의 대표 제품으로 꼽히는 국내 최초의 스카치 위스키 브랜드 ‘임페리얼’의 판권을 매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경영상의 변화를 발표했다. 앞으로 임페리얼 위스키의 영업과 판매 활동은 ‘드링스 인터내셔널’에 맡기고, 페르노리카는 발렌타인과 앱솔루트 등과 같은 글로벌 브랜드 판매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드링스 인터내셔널은 국내 위스키 업계의 대부로 꼽히는 김일주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대표가 관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법인이다.


페르노리카는 이날 임페리얼 판권 매각 소식을 알리며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조기 명예퇴직 신청을 받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도 알렸다. 이날 회사 측은 임직원들에게 “회사의 생존을 위해 대규모 감원이 불가피하다”며 “2월 초까지 희망퇴직을 받은 후 현재 221명인 정규직을 94명까지 감소하는 조직 개편을 실시한다”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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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노리카의 결정은 10년 만에 매출이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국내 위스키 시장의 불황과 관계 깊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위스키 출고량은 전년 대비 6% 가량 줄어든 149만 2,459상자를 기록했다. 2008년 284만 1,155상자와 비교해선 절반 가까이 감소한 수치다. 주 52시간 근로제의 시행으로 과거 위스키의 핵심 판매처였던 유흥주점 소비가 축소되고 40도 이상 독주 대신 저도주를 선호하는 소비자 기호 변화가 맞물리며 과거의 호황기가 다시 돌아올 가능성도 낮다. 위스키 시장의 불황은 위스키 업체의 경영 활동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윈저·조니워커 등을 판매하는 글로벌 주류기업 디아지오코리아는 최근 15년간 자리를 지켰던 강남 사옥을 여의도로 이전하는 한편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서 운영하던 회원제 매장 ‘조니워커 하우스 서울’도 5년 만에 문을 닫았다. 페르노리카코리아 역시 10년 가까이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며 2016년에는 한국 시장 진출 후 처음으로 국내 위스키 업체인 골든블루에 2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한때 국내 위스키 시장 1위를 호령했던 프리미엄 스카치 위스키 ‘임페리얼’의 위상도 점차 위축됐다. 임페리얼을 판매하는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의 매출은 2015년 1,191억원에서 2016년 998억원, 2017년 820억원으로 매년 줄어들었고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139%에서 48%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페르노리카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결정한 배경도 결국 시장 불황 탓이라고 해명했다. 회사 측은 “이대로 가다간 18개월 내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되며 이번 조치는 국내 시장의 완전 철수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해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규직의 3분의 2 가까운 인원을 감축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결정하면서 지나치게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방식을 택했다는 점에서 노사 갈등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노조 한 관계자는 “오후 1시 30분께 구조조정 등의 방침을 발표한 후 같은 날 오후 3시부터 희망퇴직 등과 관련한 직원들 면담을 진행 중”이라며 “과거 임페리얼 매각 소식을 묻자 ‘헛소문’이라고 일축했던 경영진이 기습적인 인원 감축을 통보한 것에 대해 대다수 임직원들이 분노하고 허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페르노리카 측은 희망퇴직 신청을 받으며 기한을 10일 뒤인 2월 1일로 못 박았으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점도 강조했다.

김경미·허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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