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문도엽 "결과보다 과정…우승 윙크 또 날릴게요"

KPGA 2019 시즌 '관심주'

"작년 KPGA 선수권서 첫 우승

올해 앨버트로스에 디오픈 출전

'과정의 힘'으로 열등감 밀어내

최종 목표는 PGA투어 진출"

문도엽. /사진제공=DB손해보험문도엽. /사진제공=DB손해보험



“그래도 도전하고 있었을 거예요. 골프를 좋아하니까.”

프로골퍼 문도엽(28·DB손해보험)은 망설임이 없었다. 그때 잘 안 풀렸다면 지금 어떤 모습일 것 같으냐는 물음에 대한 대답이었다. ‘그때’는 2012년이다. 문도엽은 당시 10월 군 전역 후 11월에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수능’인 퀄리파잉 토너먼트(QT)에 응시했다. 21개월의 공백에도 문도엽은 “운 좋게” QT를 통과했다. 이후 시즌 상금 랭킹 상위권에 들지 못해 지난 2014년부터 2년 연속으로 다시 QT에 끌려가야 했지만 그때마다 또 “운 좋게” 정규투어 출전권을 지켜냈다.


문도엽은 지난 시즌 데뷔 첫 승을 올리고 최근에는 꿈의 메이저대회 디 오픈(브리티시 오픈) 출전권도 따내는 등 구름 위를 걷고 있다. 찬바람이 쌩쌩 부는 남자골퍼들의 후원 계약 시장에서 그는 이달 초 DB손해보험과의 억대 계약에도 사인했다. 메인 스폰서 계약은 데뷔 후 처음이다. 7년 차를 맞아 국내 남자골프 최고 ‘관심주’로 떠오른 문도엽을 24일 경기 분당에서 만났다.

화두는 역시 앨버트로스(기준 타수보다 3타 적게 치는 것). 19일 아시안 투어 SMBC싱가포르오픈 2라운드 4번홀(파5)에서 문도엽은 두 번째 샷을 홀에 빠뜨렸다. 확률 200만분의1로 홀인원보다 어렵다는 앨버트로스의 손맛을 생애 처음으로 느낀 것이다. “드라이버가 쇼트컷으로 가서 세컨드 샷이 190m 정도 남았어요. 뒷바람을 계산해 5번 아이언을 잡았는데 볼이 핀 쪽으로 가더라고요. 그린 근처로 걸어갈 때 한 갤러리 분이 들어갔다는 제스처를 하기에 설마 했는데 정말 홀에 볼이 있는 거예요. 홀인원도 한 번밖에 못 해봤는데 앨버트로스라니….” 그날 65타를 친 문도엽은 공동 5위로 대회를 마쳤다. 상위 4명에게 7월의 디 오픈 출전권을 주는 대회였다. 아쉽게 놓치나 했는데 상위 2명이 이미 출전 자격이 있는 선수들이어서 문도엽에게까지 티켓이 왔다. 문도엽은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돌아보면 지난해 7월부터 ‘우주의 기운’이 문도엽에게로 모이는 느낌이다. 7월 KPGA 선수권에서 문도엽은 연장 우승해 오는 2023년까지 무려 5년 시드를 확보했다. 이 대회 우승 덕에 10월 CJ컵에 나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처음 경험했다. 이틀째에 주춤했지만 3·4라운드에 연속 68타를 쳤다. 새해에는 연초부터 경사가 몰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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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도엽. /사진제공=DB손해보험문도엽. /사진제공=DB손해보험


문도엽은 이번에도 “운 좋게”로 얘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아마추어 시절 국가대표는커녕 상비군 경험도 전혀 없던 무명 선수가 지난 시즌 상금 3위(약 3억6,600만원)까지 치솟은 것은 행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골프채를 잡은 문도엽은 중1 때 “나 골프선수 할래”라고 부모님에게 선언했다. “골프가 어려워서 그렇게 결심했어요. 공으로 하는 운동을 워낙 좋아했고 나름대로 자신도 있었는데 골프는 다른 운동들보다 어렵더라고요.” 학교 축구팀에서 지고 들어오면 잠도 못 이룰 정도로 승리욕이 강했던 문도엽은 그때부터 골프에 빠져들었다. 주니어 때 대회 성적은 특출하지 않았다. 전국 대회 성적은 4위가 최고였다. 동갑인 1991년생 중에 노승열·이경훈·송영한 등 워낙 날고 기는 유망주들이 많았다.

문도엽은 이때부터 ‘결과보다 과정’이라는 좌우명을 마음에 새겼다. 과정에 충실하다 보면 결과는 언젠가 나타난다는 믿음으로 열등감을 밀어냈다. 그 결과 고3 때 세미프로 테스트에 합격하고 이듬해 정회원 테스트를 통과했다. 다음 단계인 정규투어 QT에서는 탈락했다. 문도엽은 오랜 고민 없이 바로 육군에 입대했다. 골프선수로 진로를 정할 때처럼 오롯이 자신의 선택이었다. “군대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선배 형들을 많이 봐온 터라 군대는 빨리 다녀오는 게 좋겠다고 고등학생 때부터 마음먹었어요. 군에서 머릿속으로 정리도 많이 하고 저라는 사람을 돌아보기도 했죠. 그때 바로 입대한 게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 같아요.”

지난해 6월 한국오픈 때부터 감이 오기 시작했다는 문도엽은 28일 떠나는 하와이 전지훈련에서 그 감을 업그레이드하려 한다. 지난해 첫 우승을 함께한 앨런 윌슨(캐나다) 코치와 함께 드라이버 샷 15야드 늘리기 작전에 돌입한다. 평균 295야드 정도는 날려야 국내외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문도엽은 “CJ컵을 통해 거리부터 늘려야 한다는 생각을 굳혔다. 운동을 더 열심히 하고 스윙도 좀 손보면 15야드 증가는 불가능한 목표가 아닐 것”이라며 “싱가포르오픈 때 같은 조로 친 유명선수 폴 케이시(잉글랜드)를 보면서도 느낀 점이 많다. 거리가 많이 나가는 선수는 컨트롤이 약하다는 고정관념이 깨졌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아시안 투어를 병행하고 있는 문도엽은 최종 목표인 PGA 투어 정규멤버를 향한 마스터플랜도 살짝 공개했다. “일단 KPGA 투어를 중심으로 뛴 후에 전반기까지의 상황을 보고 웹닷컴 투어(PGA 2부 투어) QT 응시를 고민해보려 해요. 지금으로서는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문도엽은 “아시안 투어를 통해 다양한 나라와 날씨·잔디를 경험하면서 적응력을 키웠다”며 “기회가 생겼고 경험이 쌓였지만 앞으로 더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성남=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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