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미국과의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처음으로 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자국 시장 진입을 허용했다. 이번 조치를 두고 중국이 미국 측이 ‘올리브 가지’를 내밀어 무역 평화를 원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9일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전날 S&P의 중국 내 자회사 설립을 허용했다면서 S&P가 향후 중국 채권 시장에서 신용평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인민은행은 “신용평가 산업의 대외 개방은 점진적 금융시장 대외 개방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며 “앞으로 신용평가 시장 개방을 지속해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신용평가사들이 중국 시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중국은 S&P와 무디스, 피치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의 자국 시장 진입을 허용하지 않아 다궁(大公) 등 중국 신용평가사들이 시장을 독점해왔다. 특히 중국 신용업체들은 고등급을 남발해 중국 자본시장의 낮은 신뢰도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편 중국이 이번에 S&P의 시장 진입을 허용한 것에는 자국이 꾸준히 대외 개방을 확대하고 있다는 의지를 피력함으로써 미국의 대중 압박 강도를 낮춰보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들어 중국은 미국 제품 대량 구매, 유전자변형 농산물 수입 허용, 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 등 권익 보호 법안 마련 등을 통해 미국에 ‘변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다만 미국 측은 자국 제품 대량 구매 의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중국의 ‘구조적 변화(지식재산권 문제, 기술 이전 강요 등)’ 문제에는 큰 진전이 없다면서 지속해 강한 대중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태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