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도쿄구치소




일본 도쿄역에서 북쪽으로 15㎞쯤 가면 별(*) 모양의 고층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한눈에 보기에는 잘 지은 아파트처럼 느껴지지만 외관과 딴판으로 범죄자들이 갇혀 있는 도쿄구치소다. 별 모양으로 설계한 것은 중앙부에서 모든 움직임을 감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최대 수용인원은 약 3,000명으로 알려져 있다. 전신은 1895년 일본 경시청이 설치한 스가모구치소다.


이곳은 1945년에 연합국 최고사령부에 접수돼 ‘스가모 프리즌’으로 이름이 변경됐다가 1958년 일본으로 반환되면서 현재의 명칭으로 바뀌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는 극동국제군사재판의 피고인들인 태평양전쟁 전쟁범죄자들이 수용되기도 했다. 전범 중 도조 히데키 등 7명은 여기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지난해 8월에는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테러 주범인 옴진리교 교주 등 3명의 사형이 집행됐다. 사건 발생 23년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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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구치소가 유명한 것은 이런 중범죄자들의 수감·사형집행장소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가혹한 수감 여건으로도 악명이 높다. 특히 유명인사로 분류된 수용자들에게는 수감 생활이 악몽 그 이상으로 전해진다. 유명인사가 배치되는 독방은 일본식 다다미 3장이 깔린 두 평 남짓한 크기로 이불과 방석 외에 난방기구가 없다. 거울이나 창문도 없다. 더 힘든 일은 방에서 머물 때 꼿꼿한 정자세로 앉아 있어야 한다는 것. 좌식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서양인들로서는 고통스러운 형벌로 느껴질 법하다. 조금이라도 자세가 흐트러지면 교도관이 주의를 주고 따르지 않을 경우 별도의 방에 끌려가 두 손이 뒤로 묶인 채 몇 시간 동안 바닥에 엎드려 있어야 하는 벌도 받는다고 한다. 특히 범죄 혐의를 부인하면 가족 면회까지 금지되고 나중에 면회를 하더라도 일본어로만 대화할 수 있으니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듯하다.

수감 생활이 무척이나 힘든지 연봉 축소 신고 혐의 등으로 도쿄구치소에 두 달 가까이 구금 중인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이 두 손을 들었다는 소식이다. 얼마 전 법원에 두 번째 보석을 신청하면서 “무엇이든 다 수용할 테니 구치소를 나가게 해달라”고 간청했다고 한다. 처음 보석 신청 때 “프랑스에 머물며 재판에 참석하겠다”며 호기를 부린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런 저자세에도 보석이 다시 기각됐다니 곤 전 회장의 힘겨운 감방 생활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 같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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