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는 올해 설비투자를 소폭 줄일 계획이다. 글로벌 수요의 불확실성과 가격하락으로 인한 미세조정이기는 하지만 공급을 타이트하게 해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전략이 숨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삼성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기본적으로 전체 반도체 라인의 효율 최적화와 고객사 수요 상황을 반영해 탄력적으로 투자계획을 운영한다”면서도 “대외환경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추가적인 증설은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수요회복과 미래 반도체산업을 대비한 신규 팹 건설에는 투자가 지속된다.
최근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반도체 가격 하락 우려에 대해 “기술 난도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과거와 같은 급격한 공급 증가가 어려워진데다 (수요처가) PC 중심에서 모바일·서버로 다양화되면서 계절적 변수도 완화됐기 때문에 앞으로도 견조한 수요 증가가 예상되며 과거와 같은 과도한 수급 변화와 불균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올해 메모리 부문의 D램과 낸드, 비메모리 부문의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등 전 부문에 걸쳐 기술력을 강화해 경쟁업체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릴 계획이다. 특히 파운드리 사업 강화에 보다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EUV 공정을 적용한 7나노 파운드리로 IBM을 신규 고객사로 확보하는 등 기술력과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신승철 반도체사업부 상무는 “하반기 7나노 EUV 본격 양산을 위한 준비에 집중하고 기존 모바일 중심의 사업구조를 고성능컴퓨팅(HPC), 자동차 전장, 네트워크,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으로 확장하는 거래선 다변화를 통해 올해 고객수를 전년 대비 40%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실적악화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낸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의 기술 난도가 높아지면서 경쟁사들과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과거만큼 위협적이지 않은데다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도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삼성전자는 “(수요처가) PC 중심에서 모바일·서버로 이전 대비 크게 다양화됐고 계절적 변수도 완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자들과 약속한 배당을 크게 늘린 것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이날 기말 배당 2조4,000억원을 실시하며 이는 연간 총 9조6,000억원 규모라고 밝혔다. 전년 대비 66% 증가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이 같은 배당 확대 정책을 두고 투자재원 소진이라며 우려의 시각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역으로 보면 미래 경쟁에서 삼성이 확실한 우위를 잡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미 메모리 시장에서 과점체제가 굳어졌고 삼성의 원가 경쟁력도 경쟁사 대비 탁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