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네이버, 파업 피했지만 블랙아웃 불씨는 남았다

노조 11일 쟁의 돌입

'협정근로자' 지정여부 합의안돼

필수기간업무 근로자 쟁의 참여땐

클라우드·금융결제 차질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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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주요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이런 서비스가 만약 노조 쟁의로 차질을 빚게 되면 국가 경제와 실생활에 미치는 충격이 지대할 겁니다”(IT업계 관계자)

네이버 노조가 사측과의 단체협상 결렬을 이유로 11일 본격적인 쟁의에 돌입한다. 이날 경기도 성남시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체행동 돌입을 선포하기로 했다. 관계 당국과 IT업계는 네이버의 이번 쟁의 돌입 국면을 놓고 ‘필수 IT서비스 블랙아웃 여부’, ‘IT근로자의 귀족노조화 여부’등의 관점에서 주시하는 분위기다.


우선 초미의 관심사는 서비스 차질에 따른 블랙아웃 현실화 여부다. 노조 지도부는 당초 파업도 불사할 수 있다며 강경론을 보이다가 회사 안팎에서 ‘무리수’라는 여론이 일자 파업 대신 다른 ‘퍼포먼스’를 보이겠다며 쟁의 방향을 정했다. 국내 정보기술(IT)업계 최초의 노조 파업이라는 파국은 피했지만 사측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네이버 노조의 배후에 강경노선으로 유명한 민노총 화섬노조가 있기 때문이다. 파업이 아니어도 그에 준하는 대대적인 쟁의행위가 이뤄질 경우 네이버는 클라우드, 이메일, 전자상거래, 금융 등 주요 기간 서비스의 정상적인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한 클라우드 서비스업체 관계자는 “SK텔레콤의 경우 (필수불가결한 공익적 서비스운영 인력들은) 이미 노사간 합의로 단체협약상 ‘협정근로자’를 지정해 해당 근로자는 파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했고, KT 노조는 아예 파업을 하지 않기로 예전부터 내부 결의를 해놓은 상태”라며 “하지만 네이버의 경우 협정근로자 지정 여부에 대한 노사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필수기간업무를 맡은 인력들이 쟁의행위에 대거 참여할 경우 시스템 운영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IT업계 간부는 “심지어 공익성과 아무 관계도 없는 OB맥주 노사조차도 업무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협정근로자를 지정해 놓았다”며 “대표적인 IT서비스를 수행하는 네이버 노사는 공익적 관점에서 협정노동자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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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노조 측은 사측의 협정근로자 지정 요구에 대해 노조 관련 법에 근거가 없다며 불가 입장을 보여왔다. 다만 최근 서비스 불안정에 대한 사측의 우려 제기가 지속되자 노조 지도부 내에서 슬그머니 한 발 물러나려는 입장변화 기류가 엿보이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 노조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사측이 협정노동자의 지정 범위에 대해 안을 제시하면 대화해볼 수는 있다”며 타협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네이버 노조는 국내 IT업계 처음 설립된 노조인만큼 이번 쟁의 향방이 다른 IT기업의 노조에도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국민과 산업계의 공감을 살 수 있을 만한 명분을 가지고 단체행동에 돌입해야 하지만 이번 쟁의 결정 절차에서 네이버 노조가 보인 모습은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IT업계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나온다. 한 IT기업 근로자는 “네이버 노조가 사측에 요구한 내용들을 보니 안식 휴가 3일 증가(12일->15일), 남성육아휴직을 달라는 식의 지엽적인 내용이더라”며 “근로자의 과로사를 막기 위한 인권 차원의 대책 요구와 같은 대중적 명분 있는 요구사항도 아닌데 너무 강경하게 쟁의에 돌입한다면 제조업계의 ‘귀족노조’를 따라 한다는 비판을 들을 수 있어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민병권·양사록기자 newsroom@sedaily.com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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