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원전해체산업의 핵심시설로 꼽히는 원전해체센터 부지 선정을 앞두고 영남권 지방자치단체들의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유치 경쟁으로 인한 지역 갈등이 빚어지는 것을 우려해 공모를 받지 않고 협의를 통해 부지를 지정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자체 간 협의가 진행 중이지만 물밑 경쟁은 여전하다.
10일 산업부 등에 따르면 원전해체센터 유치 의사를 밝히고 있는 지자체는 부산 기장군과 울산 울주군, 경북 경주시 등이다.
부산시는 영구 정지된 고리1호기가 기장군에 있고 오는 2023년부터 설계수명이 끝나는 2·3·4호기가 위치한 만큼 원전해체센터가 기장군에 들어서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기장군과 범군민 유치위는 “기장군민은 지난 40여년 간 국가전력산업 성장이라는 명목 아래 희생과 헌신을 감내해 왔다”며 “세계 최대 원전 밀집 지역인 만큼 원전해체 노하우를 축적하기에 최적지”라고 강조했다. 오규석 기장군수는 원전해체센터 유치를 위해 지난 달 산업부 방문에 앞서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경주시와 경북도 역시 사활을 건 유치전에 나섰다. 경주시는 원전 관련 기관이 집적화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경주에는 한국수력원자력 본사를 비롯해 중수로·경수로를 모두 수용하고 있는 월성 원자력본부, 중저준위방폐장,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등이 들어서 있다. 또 경주시 감포면 일대에 방사선융합기술원과 원자력안전연구센터 등 대규모 원전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관련 산업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는 경주 유치가 당연하나 입지 선정이 자칫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것을 경계한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울주군 서생면 에너지융합산업단지가 원전해체연구소의 최적지라는 서울대 연구팀의 조사결과를 근거로 막판 설득전을 벌이고 있다. 서울대 연구팀은 지난 2017년 12월 입지 여건, 원전해체 산업·연구·교육 인프라, 지역산업과의 연계성,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도, 기술적 연계성, 정책·사회적 측면, 파급효과 등 8개 분야에서 원전해체연구소의 유치 타당성을 분석, 울산이 최적지라는 종합적인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원전해체와 관련해 울산이 국내 최고의 산업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며 “해외 원전해체시장 진출 시 글로벌기업 컨소시엄 구성 측면에서도 월등하다”고 설명했다.
지자체 간 공동 유치도 논의되고 있다. 부산시는 울산시와 공동 유치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정부가 협의를 바라는 상황인 만큼 부산과 울산의 경계 지역에 원전해체센터를 유치해 연관산업을 발전시키자는 취지에서다. 이와 관련 부산시 관계자는 “공동유치와 관해 어떤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지역에서는 부산에 원전해체센터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울산과 공동 유치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로서는 부산·울산의 공동 유치가 유력하게 점쳐지지만 경북도와 경주시의 반발이 변수다. 경북도와 협의가 되지 않을 경우 원전해체센터 선정과 관련해 정부가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부산·경주·울산=조원진·손성락·장지승기자 jj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