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面 가까운 線·點…감옥인가 움켜쥔 주먹인가

■'美 추상화 거장' 마더웰 개인전

내일부터 바라캇 컨템포러리서

'스페인 공화국 비가' 연작 전시

뉴욕파 막내로 추상미술 대변인

작가 습작 '작은 드로잉'도 선봬

로버트 마더웰 ‘스페인 공화국에의 비가 110번 C’, 1968년, 종이 위에 아크릴과 흑연, 15.2x20.3cm로버트 마더웰 ‘스페인 공화국에의 비가 110번 C’, 1968년, 종이 위에 아크릴과 흑연, 15.2x20.3cm



마크 로스코와 잭슨 폴록, 빌렘 드쿠닝과 필립 거스통…. 수백억 원대 작품값을 자랑하는 이들 거장을 한데 묶어 ‘뉴욕화파(New York School)’라고 부른다. 1940~50년대 뉴욕에서 활동했으며 강력하고 개성 넘치는 추상표현주의를 추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로버트 마더웰(1915~1991)은 나이로 치면 이 ‘뉴욕화파’의 막내급 작가이며 ‘뉴욕파’의 이름을 붙인 주인공이기도 하다. 거장 마더웰의 첫 번째 국내 개인전 ‘비가(悲歌)’가 오는 6일부터 종로구 팔판동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개막한다. 150년 전통의 바라캇갤러리는 세계 최정상급 고대미술 컬렉션으로 유명한데 런던·로스앤젤레스·홍콩에 이어 서울에 개관했고 지난해 문 연 ‘바라캇 컨템포러리’는 현대미술 특화 공간이다.

로버트 마더웰 전시 전경.로버트 마더웰 전시 전경.


면(面)에 가까운 굵고 검은 선(線)과 점(點)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큰 검은 타원이 교차한다. 되는 일 없는 요즘이라 가슴 답답한 이라면 옴짝달싹 못하고 빠져나오지도 못하는 감옥 같다 할 것이다. 현실 극복의 패기 넘치는 이라면 벽을 깨고자 하는 움켜쥔 주먹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자유로운 상상력의 소유자, 혹은 성적(性的) 무의식에 대해 관심 많은 사람이라면 성기와 고환을 연상할 수도 있다. 평소 미술전시를 자주 보는 사람이라면 동양의 수묵화를 연결하고 일필휘지 흩뿌리듯 그린 액션페인팅의 역동성을 생각할지도 모른다. 작품 제목을 한 번 보자. ‘스페인 공화국의 비가(Elegy to the Spanish Republic)’이며 일련번호가 각각 붙어 있다.


작가 마더웰은 1948년부터 이처럼 세로로 긴 사각형과 타원형을 그리기 시작했고 ‘스페인 공화국의 비가 1번’이라고 명명했다. 비평가들은 작가의 초기작 중 ‘스페인 감옥’ 연작이 있으니 감옥을 연상할 수도 있다 하고, 성적인 이미지나 거세공포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작가 자신은 무엇을 그린 것이냐는 질문에 “현실 세계의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온전히 정신상태에 대한 것”이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온전한 추상미술이며 전적으로 감상자의 몫으로 그림을 남겨줬다는 뜻이다. 실제 작가는 무의식적 자동기술법인 ‘오토마티슴(Automatisme)’에 심취해 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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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마더웰 ‘스페인 공화국에의 비가 130번’ 1974~75년작, 캔버스 위에 아크릴, 243.8x304.8cm /사진제공=BARAKAT Contemporary로버트 마더웰 ‘스페인 공화국에의 비가 130번’ 1974~75년작, 캔버스 위에 아크릴, 243.8x304.8cm /사진제공=BARAKAT Contemporary


1915년 워싱턴주 애버딘에서 은행장의 아들로 태어난 마더웰은 스탠포드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프랑스 상징주의 문학에 빠졌다. 하지만 그의 관심은 이내 미술에 쏠렸다. 아버지의 반대는 하버드 박사학위를 조건으로 한풀 꺾였다. 그렇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마더웰은 화가이자 저술가·기획자·비평가로 활동했다. 동료 로스코를 두고 “색채 속으로 사라진 로스코”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시적이었으며 문학가들과 활발하게 교류했다. 평론가인 유진상 계원예대 교수는 “1940년대 뉴욕의 마더웰은 수많은 저술과 기획활동으로 당대의 모더니즘을 대중에게 알린 ‘추상미술의 대변인’이었으며 전시 평문과 교편활동 등 그가 관여하지 않은 분야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며 “로버트 라우센버그, 사이 톰블리, 조엘 오펜하이머 등의 후학 양성에도 힘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마더웰의 첫 국내 개인전이라는 것뿐만 아니라 폭 3m 이상의 미술관급 대작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비가’는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흙색을 닮은 황토색이 대표적 색조지만 전시장에서는 분홍빛, 푸른빛의 작품도 볼 수 있다. 작가가 ‘습작(Study)’이라 명명한 작은 드로잉들은 저세상으로 떠난 작가와의 긴밀한 대화를 가능하게 한다. 지난 2005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214만달러에 팔렸던 마더웰의 141.6×193㎝ 캔버스 유화 ‘스페인을 위한 비가(Elegy to the Spanish Republic) #122’는 7년 만인 2012년 소더비 뉴욕 경매에 다시 나와 약 17억원 이상 오른 366만달러에 거래되는 등 시장에서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5월12일까지.
·사진제공=바라캇 컨템포러리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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