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픈사회, 우리가 보듬어야 할 이웃] "희귀질환 지원사업, 소득 상관 없이 확대해야"

■김재복 서울시 어린이병원장

환자 대부분 20년이상 돌봄 필요

부모·보호자 고통 말할 수 없어

치매국가책임제처럼 공공의료를

김재복 서울특별시어린이병원장김재복 서울특별시어린이병원장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은 대한민국에 거의 유일하게 존재하는 희귀질환 전문병원이다. 지난 1948년에 설립돼 장애어린이의 재활을 돕는 이 병원에는 오늘도 몸과 마음이 아픈 어린이들이 병마와 싸우고 있다. 김재복(사진) 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을 만나 “선천성 장애, 염색체 이상, 뇌성마비 등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돌보는 병원”이라며 “이들이 사람으로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게 병원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서울특별시 산하 병원이지만 서울특별시에서 온 환자는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어린이병원임에도 입원환자 중 20세 이상인 환자가 30%를 넘는다. 특히 입원환자의 절반은 부모가 누구인지 모른다. 희귀질환을 앓는 아이를 감당할 수 없었던 부모들이 그들을 포기했던 것이다.


김 원장은 “전 원장이 희귀한 성씨였는데 한때 입원환자 가운데 150명이 그 성을 받았던 경우도 있었다”며 “버려지지 않더라도 아픈 아이가 있으면 부모가 24시간 돌봐야 하는 만큼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은 불가능에 가깝고 이는 가정이 깨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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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원장은 “입원한 아이들이 병원을 벗어나 보호시설이나 장애시설에 거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이따금 걷지 못했지만 재활치료를 통해 걸어나가는 환자들, 말을 전혀 하지 못했지만 말문이 트이는 환자들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못하다. 김 원장은 “더 나빠지지만 않으면 다행”이라며 “가끔 괜찮아졌다고 생각해 퇴원하고 인근 시설로 갔는데 얼마 되지 않아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몰려온다”고 밝혔다.

특히 희귀질환자의 경우 치료기간이 다른 질환들에 비해 매우 오래 걸리기 때문에 부모 및 보호자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입원한 환자들 대부분이 최소 20년 이상 돌봄이 필요한 환자들”이라며 “보호자 입장에서는 십자가를 진 셈”이라고 말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자 하는 대기환자가 2,000명 이상이지만 병원의 규모가 크지 않아 쉽지 않다고 김 원장은 전했다.

김 원장은 희귀질환을 겪는 환자들에 대한 정부의 경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재 중위소득 120% 이하에게 적용되는 의료비지원사업을 소득과 상관없이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장애를 가진 가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회적으로 어려운 계층이라고 봐야 한다”며 “치매국가책임제처럼 장애를 가진 아동들에 대해서도 국가가 책임진다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를 낳으면 국가에서 기억하고 문제가 생기면 최대한 공공의료를 통해 경제적·사회적인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돕는 게 공공의료의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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