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금융당국·자동차協 전면에...'카드 수수료 전쟁' 격화

현대차 가맹점 계약 해지 통보에

금융당국 "소비자 볼모 부당 요구"

여전법 위반 여부 검토하며 압박

車협회선 "인상 요인없다" 반발

최악땐 결제불통 사태 빚어질듯







카드 가맹점 결제수수료 인상을 놓고 대형 가맹점인 현대자동차와 카드사들이 첨예하게 갈등하고 있는 가운데,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을 대리해 금융당국과 자동차협회가 전면에 나서면서 ‘수수료 전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일방적으로 수수료 인상을 통보한 신한카드 등에 10일부터 계약해지를 통보한 만큼 최악의 경우 소비자들의 결제불통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6일 금융당국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현대·기아차가 신한·KB국민·삼성·롯데·하나카드 등 5개 카드사에 가맹점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겠다고 통보한 것과 관련해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여전법(18조3항)은 대형가맹점이 신용카드업자에게 부당하게 낮은 가맹점수수료율을 정할 것을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현행 여전법에는 ‘부당하게 요구하는 행위’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석의 여지가 넓다”면서 “현 상황이 현대차가 소비자를 볼모로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것이라면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카드사에 수수료율을 부당하게 요구하는 행위로도 해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가맹점의 계약해지라 갑의 위치를 이용해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다고 판단, 현행법 위반 가능성을 내비치며 압박한 것이다.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지만, 여기서 밀리면 대형 가맹점을 상대로 한 수수료 인상은 고사하고 금융당국 책임론까지 불거질 수 있어 금융당국이 전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금융당국은 500억원 이하 우대·일반가맹점 수수료율을 인하하면서 상대적으로 많은 마케팅 혜택을 제공하는 대형 가맹점으로부터 더 많은 수수료를 걷는 ‘마케팅 비용 개별화’를 결정했다. 현대차와 카드사 간 갈등의 시발점에 금융당국이 있는 셈이다.

하지만 현대차 등 자동차업계를 대변하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수수료 인상을 강행하면 자동차업계의 경영위기가 악화될 것”이라며 반격에 나서 대형 가맹점과 카드사간 ‘수수료 전쟁’은 사생결단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다. 협회는 이날 “신용카드사들의 수수료 수입은 소비자들이 자동차 구매 시 카드 사용이 늘어남에 따라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조달금리가 하락하고 연체비율이 감소하는 등 현재 수수료율 인상 요인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카드수수료율 인상은 자동차업계에 수백억원의 추가 비용을 발생시켜 자동차 산업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협회 관계자는 “자동차업계의 어려운 경영 상황을 감안해 신용카드사들은 수수료율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며 “공정하고 합리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수수료율을 책정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실제 자동차업계는 판매 부진 등으로 경영실적이 나빠지고 있다. 현대차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5%로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한 이후 최저 실적을 기록했다. 한국GM은 4년간 누적 적자가 3조원에 이르고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 등에 따라 판매량은 더욱 줄었다. 쌍용자동차도 2017년 이후 지속적인 적자를 내고 있으며 르노삼성은 판매실적이 전년 대비 30% 이상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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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신한카드 등 5개 카드사는 대형 가맹점인 현대·기아차에 1.8%인 현행 카드수수료율을 0.12~0.14% 포인트 올리는 조정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인상된 수수료율 적용을 협상이 완료될 때까지 유예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카드사가 거부하면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카드사와 협상이 진전되지 않으면 현대차는 10일, 기아차는 11일부터 계약을 해지할 예정이다.

일부에서는 금융당국이 대형 가맹점 압박에 나섰지만 마지못한 차원에서 형식만 취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카드사 내부에서 나온다. 지난 2014년 금감원이 계약해지를 통보한 현대차를 상대로 검찰 고발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며 강하게 압박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현대차에 압박성 경고를 하고 나선 것은 대형 가맹점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라는 의도가 실려 있다는 해석이다. 개별 기업들 간 협상에 금융당국이 개입하는 데 대한 ‘관치 논란’도 부담이다.

대형가맹점과 카드사간 수수료 전쟁이 파국으로 치달을 경우 애꿎은 소비자들만 피해를 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대·기아차와 5개 카드사 간 계약이 해지되면 현대차를 구매하려는 고객은 현대카드 등 다른 카드를 이용하거나 계좌이체 등으로 결제해야 한다. 무이자 할부·마일리지 적립·캐시백 등과 같은 카드사가 제공하는 혜택도 받지 못한다. 소비자의 선택지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얘기다. 카드업계의 관계자는 “이번 갈등은 적정 수수료율을 둘러싼 자동차회사와 카드사 간 의견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협상이 결렬되면 양 측 모두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라며 “아직 협상 기간이 남은 만큼 양 측이 한발 씩 물러나 차선책을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서민우·박시진기자 ingaghi@sedaily.com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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