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자동차 시장이 연초부터 얼어붙으며 판매량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 2월까지 판매가 지난해보다 17%가량 감소했는데 올 상반기 유류세와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이 종료되면 하반기에는 판매량이 더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수입차 판매대수가 역성장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내놓은 2월 수입 승용차 등록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차 판매량은 1만5,88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3% 감소했다. 이는 2016년 7월(1만5,730대) 이후 31개월 만에 가장 저조한 판매량이다.
1위와 2위인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특히 비틀거렸다. 벤츠는 지난달 3,611대를 팔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1.7%, BMW는 2,340대를 팔아 61.8%나 판매대수가 줄었다. 재규어(-71.8%)와 포드(-29.9%), 도요타(-29.1%), 마세라티(-23.8%)도 판매량이 저조했다. A6 가솔린 모델을 출시한 아우디는 지난해 2월 영업을 하지 않았던 기저효과로 판매량이 1,717대로 9,438% 뛰었고 렉서스(1,283대)는 25.8%, 포르쉐(631대)는 132.8% 판매대수가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벤츠와 BMW는 글로벌 본사에서 한국 물량을 많이 배정하지 않아 판매량이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초 수입차 업체가 밀고 있는 대대적인 할인 마케팅을 보면 이 같은 설명이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주력 프리미엄 세단 E클래스에 대한 대대적인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말 개별 차종별로 300만~500만원가량 할인 혜택을 제공하던 데 이어 최근에는 프로모션과 할부금융을 이용하면 추가로 가격을 낮춰주는 파격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한 딜러사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E220D에 대해 최대 700만원까지 할인을 한 적이 있고 현재도 E300의 경우 조건에 따라 500만원 할인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아우디의 대표 가솔린 세단 A6 TFSI는 판매가가 5,900만~6,300만원에 달하는데 현재 4,700만원대까지 등장했다. BMW는 최근 구형이 된 6세대 3시리즈를 최대 1,700만원까지 할인하고 있다. 5시리즈는 올 들어 할인 폭을 낮췄지만 그래도 800만원가량 깎아준다. 포드의 베스트셀링 익스플로러 역시 올 하반기 신형 출시를 앞두고 900만원까지 할인해 판매하는 딜러사들도 등장했다.
공격적인 마케팅은 올 하반기 ‘판매 절벽’에 대한 위기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수입차 판매량 증가율을 보면 지난해 10월 23.6%에서 11월 0.05%까지 하락했고 12월에는 제자리(0.01%), 올해 1월과 2월은 각각 13.7%, 20.3% 줄었다. 업계는 판매 감소가 이제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 각종 사건으로 수입차 시장이 가솔린 위주로 재편됐는데 올 5월 정부의 유류세 인하조치가 종료되면 유류 가격이 뛰어 연료비 부담도 늘어나게 된다. 6월에는 정부가 소비 진작을 위해 시행한 개별소비세 인하(5%→3.5%) 조치가 끝난다. 개소세 인하가 종료되면 차종별로 판매가격이 60만~300만원가량 높아진다.
수입차 회사의 한 임원은 “수입차들의 주력 모델은 100만~200만원 프로모션에 고객이 구매를 한두 달 늦출 정도”라며 “개소세 인하 혜택 종료 등 이벤트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