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재난급’ 미세먼지에 대책 마련에 나선 정부가 경유세 인상 카드를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국내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경유차를 줄이려면 경유세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지만 이는 곧 ‘서민 증세’ 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서민 반발을 뚫고 경유세를 올려도 화물차 유가보조금까지 조정하지 않는 이상 미세먼지 감축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도 문제다.
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휘발유와 경유의 상대가격 조정 방안을 검토 중이다. 휘발유 대비 경유 가격을 올려 수도권 미세먼지의 22%가량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경유차 사용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지난달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권고한 데 이어 6일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이 “미세먼지와 관련해 검토해야 할 대상”이라고 밝히면서 공식화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휘발유와 경유의 상대가격 비율은 100대 85(유류세 한시 인하 효과 제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 평균인 100대 93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경유의 상대가격을 올리려면 △경유세 인상 △휘발유세 인하 △휘발유세와 경유세를 모두 인상하되 경유세 인상폭을 더 높게 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휘발유세를 낮추면 유류 소비를 부추기는 격이 돼 가능성이 높지 않다.
결국 어떤 식으로든 경유세를 높이는 수밖에 없지만 문제는 생계형 경유차를 모는 영세 자영업자 부담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전체 경유 소비의 약 80%는 푸드트럭이나 과일·채소상 등 자영업자의 화물·수송차로 알려졌다. 이들은 경유세가 올라도 유가보조금을 받는 화물차와 달리 보조금 지급 대상도 아니어서 세금 인상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다. 그렇다고 생계형 경유차에까지 보조금을 주면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경유 소비를 줄인다는 정책 목적과 상충한다. 일반 경유 승용차 운전자만 세금 인상 몫을 지게 돼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경유세를 올려도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 2016년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의 일환으로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을 검토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1년에 걸친 연구 끝에 2017년 7월 “경유세 인상은 고려할 여지가 없다”고 못 박았다. 경유값을 2배로 올려도 초미세먼지는 단 2.8% 줄어든다는 결과 때문이다. 당시 최영록 기재부 세제실장은 “유류소비세는 가격 변동에 비탄력적이고 세율 조정 영향을 받지 않는 유가보조금 차량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당시 “(앞으로도) 실효성이 낮다면 미세먼지 관리대책 일환으로 경유세를 인상할 계획은 없다”고 했지만 다시 입장을 바꿔야 할 상황이 됐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