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파열음 커지는 '4대강 洑 해체']"관찰 1년 해놓고…황당한 경제성 분석"

죽산보 개방후 수질 악화됐지만

기획위 "40년 편익 계산땐 이익"

학계 "10년은 조사해야" 반박

정부코드 맞추기 속도전이 화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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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과 영산강 5개 보 중 3개(금강 세종·공주보, 영산강 죽산보)를 해체하고 나머지(금강 백제보, 영산강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기로 한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의 발표를 두고 2주 넘게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보 해체라는 결정을 내린 근거가 부실하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과 연구진의 충분한 검토를 거쳐 합리적인 판단을 내렸다는 정부 주장이 맞서는 상황이다. 둘의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것은 결국 너무 성급하게 보 해체 결정을 내린 탓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객관성 없는 경제성 분석=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 6월부터 전국의 16개 보 중 13개 보를 단계적으로 개방하며 수질 개선 및 생태계 회복 효과를 관찰해왔다. 관찰 기간은 길지 않았다. 농사를 짓는 시기를 제외하면 보를 전면개방해 관찰한 것은 약 1년에 불과하다. 수질 개선 효과도 보 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죽산보는 전면 개방 이후 수질 평가에서 조사된 수치가 0.472로 수질이 오히려 악화했다. 그럼에도 기획위는 “수질 개선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기에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된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하며 완전 해체를 결정했다.


문제는 이렇게 짧은 시간의 데이터를 토대로 40여 년 후인 오는 2062년까지의 편익을 예상했다는 점이다. 죽산보의 경우 2023년부터 2062년까지 40년 동안 발생하는 보 해체 편익은 1,580억원으로 5개 보 중 가장 많다. 이 중 64%인 1,019억원이 해체 이후 수질 개선 이익이었다. 1년 동안의 보 전면개방 관찰에서조차 수질이 악화했던 죽산보의 수질 개선 이익을 다른 보의 전체 해체 편익보다도 높거나 비슷하게 측정한 셈이다. 공주보는 어떨까. 40년간 보 해체 편익은 1,230억원으로 해체 비용(1,140억원)보다 90억원 많은 수준이다. 연간 약 2억원에 불과한, 그마저도 확신할 수 없는 이익을 위해 부분 해체를 결정했다.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는 “황당한 경제성 분석에 근거해 지역 주민의 생명이 걸린 국가 시설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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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코드 맞추려 속도전이 부른 결과=보 수문을 전면개방하는 방안과 보 해체라는 두 선택지의 수질 개선 효과도 명확하지 않다. 완전 해체가 결정된 영산강 죽산보와 부분 해체하기로 한 금강 공주보의 경우 보 수문을 전면개방하면 전체의 100%, 86.9%가 열린다. 죽산보는 184m 길이의 보 전체가 가동보(하천 수위를 조절할 수 있는 구조물)이고 공주보 역시 274m 중 238m를 개방할 수 있다. 완전 해체를 하더라도 기반부(보 아래 기초 건축물)를 없애는 것 외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기획위의 한 관계자는 “일부 구조물을 남겨 보 수문을 개방하면 물 흐름을 정상화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수질 및 생태 등의 개선 효과도 제한적”이라면서도 “수질 생태 부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정량화한 자료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기획위는 지난달 22일 보 해체 방안을 발표했다. 2주가 흘렀음에도 논란이 가라앉기는커녕 계속되는 것은 결국 속도전을 치르듯 성급하게 결론을 내린 탓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 전문가들은 수질·생태 변화와 가뭄·홍수 등의 영향을 제대로 조사하려면 10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이번 정부 출범 이후 쌓기 시작한 관련 자료가 그만큼 축적됐는지 의문인데다 해체 방안을 내놓은 기획위 역시 불과 3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출범했다. 기획위 관계자는 “모니터링 기간이 길수록 보 처리 방안을 마련할 근거 자료를 더 쌓을 수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2017년부터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평가했고 보의 유지·관리에 투입되는 비용도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종=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정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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