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수주 독주·몸값 오른 LNG선...한국조선 독과점 우려 커진다

2월 세계 발주량 90% 싹쓸이...중국 제치고 선두 탈환

LNG 운반선 가격도 100만弗 ↑1년새 500만弗 올라

'현대重+대우조선' 합병 해외심사, 독과점 이슈 될수도




한국 조선사들이 세계 발주량을 독식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LNG 운반선 수요와 발주가 늘면서 가격이 오르고 한국 조선사들의 수주도 늘어 지난달 수주 물량에서 한국은 중국을 제치고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여부가 사실상 해외의 기업결합심사에 달린 상황에서 LNG선 신조(新造)선가 인상이 글로벌 선주들의 독과점 우려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1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LNG 운반선 신조선가는 지난달보다 100만달러 상승한 1억8,500만달러(약 2,100억원)를 기록했다. 2014년 2억달러(2,270억원)에 달하던 LNG 운반선 가격은 지난해 2월 1억8,000만달러(2,040억원)로 최저점을 찍은 뒤 1년 새 500만달러가 오르며 상승 추이를 보이고 있다. 세계적으로 환경 관련 이슈와 규제가 생기면서 LNG 수요가 늘고 있는데다 미국의 ‘셰일 혁명’으로 채굴도 늘어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엔 카타르 정부가 LNG 운반선 60척을 새로 발주하겠다는 계획까지 내놓았다.


이 덕분에 한국 조선사들의 수주물량도 늘었다. 클락슨은 지난달 한국이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의 90%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에서 15척, 7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선박의 부가가치, 작업 난이도 등을 고려해 산출한 단위)가 발주됐는데 한국이 이 가운데 63만CGT(8척)를 가져갔다. 각각 2만CGT(1척)와 1만CGT(1척)에 그친 중국과 일본을 압도적으로 제쳤다.

한국이 수주한 8척 중 7척이 LNG 운반선이다. 지난달에만 삼성중공업이 4척, 대우조선이 3척을 수주했다. 클락슨 조사에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현대중공업도 1척을 따냈다. 클락슨 조사 한국 수주량 중 나머지 1척은 대한조선이 수주한 원유운반선이다.


그동안 한국 조선업은 수주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신조선가가 오르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일감은 느는데 수익성이 낮아 결국 남는 게 없다는 얘기다. 최근 주력 선종인 LNG 선가가 기지개를 켜고 있음에도 이번에는 “시기가 미묘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 인수에 따른 글로벌 독과점 이슈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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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본계약을 체결한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 인수 여부는 사실상 해외에서의 기업결합심사에 달렸다는 게 중론이다. 노동조합 반발 등 다른 걸림돌과 달리 해외 독과점 문제는 국내 당사자끼리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어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독과점 문제는 각국의 경쟁당국뿐 아니라 일감을 발주하는 해외 선주들과 글로벌 기자재 회사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다”며 “어느 한쪽이 반대하면 인수합병(M&A)을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상승하는 뱃값이 글로벌 선사들의 우려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선주들 입장에선 조선사들이 서로 경쟁하는 게 가격 협상에서 유리하다. 지난해 세계에서 발주된 대형 LNG 운반선 65척 가운데 현대중공업그룹이 25척, 대우조선이 18척을 수주했다. 합치면 점유율이 3분의2에 달한다. 두 회사의 수주잔액 합계 또한 60%를 넘는다. 선주들이 가격협상력 약화를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해외 경쟁당국도 LNG 운반선 같은 주력선박에서의 시장 지배력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선가 상승이 두 회사의 M&A 이슈 때문은 아니지만 앞으로가 문제”라며 “선주 등 해외 플레이어들에게 미묘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업계에선 일본이나 중국 등 경쟁국에서도 난관이 예상되지만 유럽에서의 심사가 관건이라고 전망한다. 유럽연합(EU)위원회에서 반독점을 이유로 기업결합을 불허한 사례가 많고 글로벌 선사와 기자재 업체도 많아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0일 유럽으로 출장을 떠나 요하네스 라이텐베르거 EU 집행위원회 경쟁총국장, 안드레아스 문트 독일 연방카르텔청장 등을 면담하기로 한 것도 두 회사의 M&A 문제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hspark@sedaily.com

박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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