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진옥동 신한은행장 "日 18년 근무경험 살려 성과내겠다"

신한은행장 취임 기자간담

'고객퍼스트' 핵심가치 만들것

일본 거점확고해 위기시 강해

동남아선 선택.집중으로 초격차

돈키호테 발상통해 디지털 성공

진옥동 신임 신한은행 행장이 2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은행기를 힘차게 흔들고 있다. /사진제공=신한은행진옥동 신임 신한은행 행장이 2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은행기를 힘차게 흔들고 있다. /사진제공=신한은행



진옥동 신임 신한은행장이 18년간의 일본 근무 경험을 살려 국내 기업여신과 중금리 대출에서 성과를 내겠다고 26일 밝혔다. 이날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다.

‘일본 근무 18년’이라는 경력은 진 행장에게 글로벌 역량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큰 장점이지만 과거 영업 관행에 익숙한 시각으로 보면 국내 영업에 단점이 될 수도 있는 ‘아킬레스건’과 같은 것이다. 하지만 진 행장은 취임 일성으로 일본 근무 경험을 전면에 내세우며 정면 돌파를 택했다.

진 행장은 “신한은행 일본 법인인 SBJ가 (일본의) 제로금리 때도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중금리 기업대출이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했기 때문”이라며 “한국과 일본의 산업구조에 차이가 있어 어떻게 접목해야 할지 굉장히 고민되지만 소기의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총량규제 등으로 기존 대출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는 만큼 일본이 했던 것처럼 국내서도 중금리 기업대출 시장을 적극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진 행장은 지주 임원을 맡기 전까지 18년간 일본에서 근무한 ‘일본통’이다. 특히 기축통화 국가인 일본에서 글로벌 금융 시장을 조망하는 안목을 키웠다는 점은 진 행장의 최대 강점이다. 진 행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설립한 SBJ에 원년 멤버로 참여해 사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스토리를 갖고 있다. 현재 SBJ는 신한그룹 글로벌 손익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글로벌 핵심 거점이 됐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도 사석에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지켜본 진 행장의 경험을 국내에 접목하면 굉장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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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은행의 글로벌 전략은 기축통화에서 시작한다”는 게 진 행장의 신념이다. 일본이나 미국과 달리 환율 리스크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한국 은행들이 기축통화 국가에 거점을 확보해야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도 진 행장은 “또 한번 금융위기가 온다면 즉시 기축통화를 조달할 수 있는 똘똘한 채널을 확보한 은행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 진출에 대해서는 “금융 수요가 급증하는 신흥국에서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현지 로컬 은행들과 초격차를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디지털 성공의 조건으로는 ‘돈키호테식’ 발상의 전환을 꼽았다. 진 행장은 “기존에는 상경계 직원을 뽑아 정보기술(IT) 인력으로 활용했지만 이제는 반대가 돼야 한다”며 올해부터 인력 채용 단계부터 변화를 예고했다. 조직 구성에도 변화를 줄 예정이다. 진 행장은 “모든 인력이 디지털 유목민이 돼 전 부서에 현업 인력과 IT 인력이 섞여야 한다”며 “조직부터 탈바꿈해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진 행장은 자신에게 주어진 최고의 과제로 ‘고객 퍼스트’를 꼽았다. 진 행장은 ‘이익을 위해서 영혼을 팔지 말라’ ‘진정한 상인은 상대의 이익도 생각하면서 자기의 이익을 추구한다’ 등의 격언을 인용하며 “진정한 리딩뱅크는 고객을 이익 창출의 수단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자산을 증식시키는 것이 임무라는 명제에서 출발하는 은행”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35년간 일했던 직장을 떠나게 된 위성호 전 행장은 임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e메일을 통해 “경영진은 넓은 시야로 큰 흐름을 놓치지 않아야 하며 때로는 과감한 투자에 인색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짧은 호흡으로 당장의 1등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긴 호흡으로 미래를 위해 2등이 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위 전 행장은 진 행장 내정 당시 “20년간 국내 영업 경력이 없기 때문에 업무 인수인계에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을 촉발하기도 했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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