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이 신임 사외이사를 선임하면서 기업은행 노조의 노동이사제 추진이 불발됐다.
기업은행은 27일 신충식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김세직 서울대학교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신 전 회장은 2012년 농협은행 출범 때 초대 농협금융지주 회장 겸 농협은행장을 맡아 ‘신·경 분리’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는 데 능력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됐다. 김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14년간 거시경제를 연구하고 금융정책을 개발하는 등 학문적 업적과 실무 경험을 보유했다는 것이 기업은행 측 설명이다.
사측이 추천한 사외이사가 최종 선임되면서 기업은행 노조가 추진해온 노동이사제는 불발됐다. 지난달 말 노조는 박창완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하지만 기업은행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르면 이사회 운영위에서 사외이사 후보를 사측에 추천하면 은행장이 이를 금융위원회에 제청해 임명하도록 돼 있다.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할 제도적인 근거가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도 금융권의 노동이사제 도입이 물 건너가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KB금융 노조는 백승헌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려다 자진 철회했다. 백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 지향에서 KB금융의 계열사인 KB손해보험에 법률자문·소송을 수행한 사실이 있어 이해 상충 문제가 불거져서다. 산업은행 노조도 사외이사 추천을 추진하고 있지만 같은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이 무산되면서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