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연기금이 참여하고 있는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가 다음 달 한국 금융기관을 순차 방문한다. ACGA는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를 아시아 주요국가 중 최하위로 평가한 바 있다. ACGA는 최근 한국 시장에서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고 이에 따른 변화가 포착되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ACGA는 다음 달 초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국민연금, 한국거래소 등 국내 금융당국 관계자를 방문할 예정이다. ACGA는 아시아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정보와 분석을 제공하기 위해 투자자, 기업, 규제기관과 활동하는 비영리단체다. 네덜란드 공무원연금(APG), 미국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CalPERS), 미국 캘리포니아주 교직원연금(CalSTRS), 캐나다 국민연금(CPPIB) 등이 ACGA의 참여사로 있다.
일반적으로 ACGA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12개 국가의 기업지배구조를 평가하기 위해 2년에 한 번씩 방문한다. 최근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 경영진에게 주주권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고, 정부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 정책을 내놓으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는 등 변화가 감지되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시 방문을 결정했다. 실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첫해인 올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는 등 국내 시장에서 다양한 변화가 포착되고 있다.
한국 시장의 이러한 변화에 관심을 갖는 글로벌 큰손들도 ACGA와 함께 국내 주요 금융기관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 방문에는 네덜란드 연기금 APG과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 알리안츠, 에르메스인베스트먼트 등이 참가하기로 했다. 이들 투자자는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한 정책 및 제도를 점검하고 이에 따른 개선안을 국내 금융당국에 제안할 예정이다.
ACGA의 이번 방문이 한국의 대외적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ACGA는 아시아 12개 국가의 기업지배구조 제도와 관행을 규제기관과 상장사, 투자자, 감시·감리기관 등 7개 항목으로 나눠 분석한 후 2년마다 순위를 발표한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아시아 주요 12개국 중 9위를 기록했다. 사실상 최하위권이다. 1위는 호주로 홍콩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대만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일본과 인도는 나란히 7위에 올랐다.
당시 보고서에서 ACGA는 중소 벤처기업에 대한 차등의결권 허용 논의나 공무원의 2년 순환 보직 제도, 상장사의 빈약한 주주 소통 의지 등은 문제점으로 지적한 바 있다. 또 금융감독원의 감사인 감독 집행에 관한 보고서 발간, 주주의 독립적인 이사 후보 추천 보장,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 질 높은 기업 공시 등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