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공공성 큰데"...대형병원도 카드수수료 인상 반기

병원協, 대형병원 예외적용 요청

"수익성 낮아 수수료인상 부담 커"

일부는 상한선 2.3%까지 통보받아

당국은 타업종 반발 고려해 난색




대한병원협회가 대형병원을 카드 수수료 인상 대상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대형 가맹점과 수수료 인상 협상을 진행 중인 카드사가 또 다른 복병을 만나게 됐다.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 업계나 대형마트 등 유통 업계, 이동통신 업계 등은 수수료 인상을 소폭으로 제한해줄 것으로 요구해왔다면 대형병원은 공공성을 내세워 수수료 인상 자체를 하지 말도록 요구하는 것이어서 이전 협상과는 차원이 다른 국면에 놓이게 됐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한병원협회는 최근 금융위원회에 대형병원을 카드 수수료 인상 대상에서 제외해달라는 건의문을 전달했다. 대형병원은 자동차나 통신·유통 업종과 달리 공공성이 강한 만큼 이번 카드 수수료 인상 협상 대상에 포함시키지 말라는 취지다.


카드사들은 지난 1일부터 자동차·유통·항공·병원 등 전 업종 가맹점에 수수료율 인상안을 통보하는 등 협상을 진행해왔다. 특히 카드사들은 최근 대형병원에는 카드 수수료율 상한인 2.3% 인상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의료계는 다른 대형 가맹점 업종과는 달리 공공성이 강한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병원 환자에게 수수료 인상 부담을 전가할 수 없고 동일한 의료수가 상황에서 추가 수익을 내기 어려워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병원 규모에 상관없이 의료수가를 동일하게 적용받는데 카드 수수료율만 달라질 이유가 없다”면서 “카드 수수료율 인상으로 병원 경영이 어려워지면 결국 의료 부문에 투입되는 재정만 늘어날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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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가 금융위에 카드 수수료 관련 건의를 낸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에도 밴(VAN) 수수료 체계가 개편되면서 거액결제 업종에 해당하는 병원들의 수수료율이 0.1%포인트 이상 올라간 바 있어 우대수수료 적용을 건의한 바 있다. 대형병원의 한 관계자는 “주유소의 경우 특수 가맹점으로 분류돼 연 매출에 관계없이 1.5% 수준의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는데 공공성이 높은 의료계에 예외를 두는 데 별 문제가 없다”며 금융당국을 상대로 수수료 인상 대상 제외를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카드사들이 수수료 협상 과정에서 현대차가 반발하자 수수료율을 기존 1.8%대 초반에서 1.89%로 쥐꼬리만 하게 인상하면서 사실상 백기를 들었는데 대형병원에는 2.3%의 수수료율을 적용하겠다고 통보한 것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카드 수수료율이 1.9% 이하인데 대형병원에는 2%대 초반을 적용하겠다는 것은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일부에서는 카드사들이 대형 가맹점에서 당초 목표했던 수수료를 올려 받지 못하자 반발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형병원에는 수수료율을 대폭 올려 받으려 수수료율 상한인 2.3% 인상이라는 폭탄을 던져 논란을 자초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의 이 같은 요구에 금융당국은 일단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예외 적용에 따른 타 업종의 반발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일부에서는 금융위가 대형 가맹점에 투입된 마케팅 비용은 해당 가맹점이 부담하도록 하는 ‘수익자 부담 원칙’을 내세우며 수수료 인상 근거를 제시했지만 의료계는 마케팅 비용을 거의 받지도 않는데 카드 수수료 인상분이 고스란히 전가되는 것은 어폐가 있다는 지적이다. 카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 가맹점과의 협상이 진행될수록 카드 수수료 산정 체계 자체가 모순이 많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대형 가맹점을 대상으로도 수수료 하한선을 두도록 하는 등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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