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시그널] M&A 속도전 우리금융, 숨고르기 들어가나

손태승號, 동양·ABL운용 첫 인수

주가하락·지주사 전환 과제 겹쳐

저축銀 연내 인수전략 수정할듯




지난 1월 지주회사 출범 이후 숨 가쁘게 진행돼온 우리금융지주(316140)의 인수합병(M&A) 움직임이 신탁회사 인수를 끝으로 속도 조절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손자회사인 우리카드나 우리종합금융의 자회사 전환이 여의치 않은데다 하락하는 주가마저 발목을 잡고 있다. 연내 저축은행·캐피털을 인수한 뒤 증권·보험까지 M&A를 끝내고 명실상부한 금융지주로 진용을 갖추겠다는 손태승 회장의 계획에 미세한 차질이 생기는 셈이다.

우리금융은 8일 중국 안방보험그룹과 동양자산운용·ABL글로벌자산운용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동양운용의 매각가는 1,230억원이다. ABL운용의 매각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두 회사를 합쳐 총 거래가격이 1,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시장은 추산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이에 앞서 이달 3일 국제신탁의 경영권 지분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매각가격은 실사를 거쳐 확정될 계획이지만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대주주 지분(65.7%) 인수에 2,000억원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부동산신탁업은 최근 연평균 10%대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수익성이 높은 사업군인 만큼 치명적인 부실 등이 없다면 실사를 거쳐 국제신탁의 인수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다만 속도를 내던 우리금융의 M&A 행보가 일단 소강상태를 보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IB 업계는 전망한다. 무엇보다도 우리카드와 우리종금의 자회사 편입을 위해 높은 주가가 필요한데 최근 하락 추세의 주가가 악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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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은 연내에 손자회사로 둔 우리카드와 우리종금을 자회사로 전환해야 한다. 주식교환을 통한 자회사 편입이 최적인데 떨어지는 주가가 장애요소가 됐다. 우리은행이 자회사 이전을 대가로 받은 지주 주식을 시장에 내놓을 경우 지주 주가가 급락(오버행)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금융 주가가 낮은 상황에서는 이전 대가로 더 많은 주식을 내놓아야 한다. 결국 현금을 투입해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M&A에 쓸 실탄이 줄어들게 된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도 “재무적 부담이 되더라도 현금으로 자회사 전환을 할 수밖에 없다”며 “결과적으로 추가 M&A에 쓸 자금은 더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자회사 전환이 마무리돼야 이후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 잔여지분(18.32%)에 대한 매각도 가능하다”며 “자회사 전환부터 마무리하는 게 기본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탓에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던 캐피털이나 저축은행 인수도 쉽지 않다는 해석이 많다. 우리은행 내부에서도 “저축은행 인수를 무리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은 이미 인수 대상 후보가 추려져 있어 물건을 선별하고 실사를 벌이는 등 복잡한 절차를 최소화할 수 있고 다른 금융회사들과 경쟁을 펼칠 이유도 없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2017년 1,000억원을 출자해 사모펀드(PEF)인 ‘웰투시제3호투자목적회사’의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펀드는 아주캐피탈과 그 자회사인 아주저축은행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펀드 나머지 지분에 대해 오는 7월 중 우선매수청구권을 청구하거나 만기를 1년 더 연장할 수 있다. 여유가 있다는 얘기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손 회장은 저축은행과 캐피털 인수가 두 번째 퍼즐이었을 텐데, 그게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세 번째 퍼즐인 증권·생명 인수는 더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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