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15억6,000만달러(약 1조7,800억원) 규모 글로벌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이번에 발행한 회사채는 친환경 투자에 한정된 ‘그린본드’로 전 세계 화학기업 중 그린본드 발행에 성공한 것은 LG화학이 처음이다. 더욱이 한국 채권 중 역대 최대 규모의 매수 주문이 몰리며 ‘실탄 확보’와 ‘기술력 인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됐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업계가 사활을 건 설비투자에 나서는 상황에서 LG화학은 확보한 실탄을 가지고 투자를 더 늘릴 계획이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 8일부터 이날까지 이틀 동안 뉴욕과 런던에서 각각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당초 목표치인 15억달러를 훌쩍 넘는 105억달러 규모의 매수주문을 확인했다. 이번 글로벌 본드는 달러화와 유로화로 발행되며 5.5년 만기 5억달러, 10년 만기 5억달러, 4년 만기 5억유로 등으로 각각 트랜치를 나눠 구성됐다. 한국 기업이 발행하는 글로벌 본드에 100억달러 이상 주문이 몰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관사는 HSBC·BOA메릴린치·BNP파리바·씨티글로벌마켓증권·모건스탠리·스탠다드차타드 등이 맡았다.
기관투자가들의 수요가 몰리면서 발행금리 역시 당초 목표치보다 0.35%포인트가량 낮아졌다. 채권별 금리를 보면 달러 5.5년 만기 채권은 미국 5년물 국채금리에 0.95%포인트를 더한 3.279%로 결정됐다. 달러 10년 만기는 역시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에 1.175%포인트를 더한 3.695%로 정해졌다. 여기에 더해 유로 4년 만기 채권은 유럽 4년물 미드스와프 금리에 0.65%포인트를 더한 0.599%로 발행됐다. 최근 경기불황 가능성이 커지며 유럽 시장에서는 국채뿐 아니라 회사채 중에서도 마이너스 금리로 거래되는 채권이 많아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다.
LG화학은 현재 중국과 폴란드 등에 현지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이들 공장을 확장하는 데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