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특검보고서 공개 갈등’ 트럼프-내들러, 14년 전부터 '오랜 악연'

트럼프 맨해튼 초고층 신축계획, 내들러가 사업승인 막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러시아 스캔들’ 특검보고서 공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제럴드 내들러(민주·뉴욕) 연방 하원 법사위원장이 지난 1980년대부터 ‘오랜 악연’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트위터 계정에서 “내가 뉴욕 맨해튼 웨스트사이드 개발사업을 할 때 내들러 의원과 수년간 다퉜다”며 “그는 그 일을 멈추게 하려고 철도 조차장을 그 아래나 더 나은 곳에 짓길 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들러는 둘 다 얻어내지 못했고 개발사업은 매우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런데도 구획작업과 빌딩 건설 과정에서 나는 그와 매우 잘 지냈다”며 “그 후로 나는 진로를 변경해서 대통령이 됐고 지금 내들러 의원과 다시 상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일들은 절대로 끝나지 않지만 모든 사람을 위해 잘 풀리길 바란다”며 “오직 시간만이 말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부동산 재벌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은 1980년대 맨해튼 웨스트 사이드에 있는 철도 조차장 재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세계 최고층 빌딩을 짓고자 했다. 이로 인해 당시 웨스트사이드를 지역구로 둔 내들러 뉴욕주(州) 의원과 충돌했다.


내들러 위원장은 당시는 물론 연방 하원의원에 선출된 후에도 트럼프 사업에 대한 승인을 막고 연방기관 대출 보증을 축소하는 데 앞장섰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주택가의 수변 조망을 가리는 고속도로 일부를 옮기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내들러 위원장이 가로막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고속도로를 옮기지 않았고, 20여 채의 주거 빌딩을 짓는 데 성공했다. 다만 내들러 위원장의 ‘방해’ 탓에 일부 빌딩은 공사가 지연된 끝에 완공하지 못하고 2005년 매각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14년이 흘러 두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의 2016년 대선 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을 2년여에 걸쳐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검이 지난달 말 법무부에 제출한 수사보고서를 공개하는 문제를 놓고 또다시 갈등을 빚고 있다.

내들러 위원장은 지난주 전체회의를 열어 특검보고서 전체와 증거자료 일체를 법사위에 강제로 제출토록 하는 내용의 소환장 결의안 통과를 끌어냈다. 그러나 공개 여부·범위 결정권을 지닌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배심원 증언, 다른 수사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정보 등 일부 민감한 내용을 삭제한 보고서 편집본을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바 장관은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특검보고서 공개 여부에 대한 질문에 “일주일 안에 보고서를 대중에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민감하거나 불필요한 일부 정보는 수정·삭제한 일반 공개본을 제출할 계획이다. 이에 민주당은 편집 과정에서 중요 정보가 빠지는 것 아니냐며 모든 증거와 자료가 제출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특검은 지난달 22일 수사를 끝내고 최종 보고서를 바 장관에게 제출했으며 바 장관은 이를 간추린 4쪽 요약본을 의회에 보냈다. 바 장관은 요약본에서 대선 기간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공모 의혹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의혹에 관해선 특검이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면죄부’를 받았다며 환영했지만, 민주당을 비롯한 반(反)트럼프 진영은 보고서 전체가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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