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남미 지역의 눈엣가시인 쿠바와 니카라과·베네수엘라를 상대로 새로운 금융·여행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1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피그스만 침공 참전용사협회 연설에서 “쿠바와 베네수엘라·니카라과 같은 ‘폭정의 트로이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며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우선 미국 정부는 쿠바 국영항공사를 포함해 5개 기관을 제재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 미국에서 쿠바 친척들에게 보내는 1인당 송금 한도는 분기에 1,000달러로 제한하며 쿠바로 외화가 유입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쿠바 여행은 가족단위로만 허용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지난 1959년 쿠바혁명 당시 자산을 몰수당한 미국인이 이 자산을 이용하는 외국 기업과 개인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소송을 낼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외국 기업이 쿠바와 거래하는 것을 사실상 막겠다는 의도다. 과거 미국 정부는 쿠바에 투자한 유럽과 일본 등 동맹국의 이익을 고려해 소송 효력 발동을 유예해왔다.
쿠바와 거래하는 기업이 많은 유럽연합(EU)의 강력한 반발을 사는 이번 조치는 쿠바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을 지지하는 데 대한 일종의 보복 성격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베네수엘라에 대해서도 미국과의 거래를 막는 추가제재를 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볼턴 보좌관은 “먼로주의는 살아 있으며 우리는 독재들의 생명줄을 빼앗을 것”이라고 밝혀 마두로 정권을 지원하고 있는 러시아에도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 밖에 니카라과는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의 비자금 창구로 의심받는 금융서비스 업체 뱅코프에 대한 제재가 실시된다.
다만 제재확대에 따른 반발도 나온다. EU의 페데리카 모게리니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10일 폼페이오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이 쿠바에 투자한 EU 기업에 제재를 가하면 보복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