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신차물량 뺏길라…또 佛로 뛰어간 르노삼성차 사장

시뇨라 사장, 이달 본사 방문해

"스페인에 넘기지 말아달라" 읍소

노사 내달 2일 재협상 벌일 듯

도미닉 시뇨라 사장도미닉 시뇨라 사장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이 이달 프랑스 르노 본사를 방문해 “유럽 수출 물량을 스페인으로 돌리지 말아달라”고 읍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은 노조가 임금 협상을 두고 10개월째 장기 파업을 이어간 사이 전체 생산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닛산 로그 물량의 40%가 일본으로 넘어간데다 신차 수출 물량마저 스페인에 뺏길 처지에 놓여있다. 판매량도 급락하고 있어 시뇨라 사장이 파국을 막기 위해 본사에 다시 한번 양해를 구한 것이다.

29일 자동차업계와 르노삼성차에 따르면 도미닉 시뇨라 사장은 이달 프랑스 르노 본사를 찾아 “신차 물량을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으로 배정하지 말라”고 재차 당부했다. 시뇨라 사장은 지난 3월 본사를 찾아 같은 부탁을 한 바 있다. 본사는 3월 8일까지 노사가 협상해 제품원가에 산정될 인건비를 확정하지 않으면 내년 출시될 신차를 스페인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다고 경고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후 노조의 요구가 기본급 인상에서 조합원을 전환 배치할 때 노조가 합의해야 한다는 ‘인사경영권’으로 바뀌면서 노사는 의견을 조율하지 못하고 있다. 이달 24일과 25일 열린 협상에서도 밤 늦게까지 격론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60여차례(242시간) 부분 파업을 벌여 손실액이 2,700억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르노삼성은 올해 물량 절벽을 맞이한다. 전체 생산량 약 22만대의 절반인 10만여대에 해당하는 닛산 로그의 위탁 생산이 끝나면서다. 그래도 올해 생산량 10만여대는 확보했었다. 그런데 노조가 파업을 이어간 사이 일본 닛산에 차량 수천대를 미납하는 일이 벌어졌고 4만2,000대의 주문이 취소되기까지 했다. 9월로 끝나는 납품 계약을 12월까지 연장했지만 물량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내년 출시될 신차 XM3가 시장에 안착하기까지는 생산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문제는 신차의 내수 판매 목표가 약 3만여대라 7만대는 더 팔아야 닛산 로그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르노삼성차는 XM3의 유럽 수출 물량을 본사에서 따내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가 장기 파업에 돌입하면서 본사의 불신이 커졌고 현재 물량을 글로벌 공장 가운데 생산성이 1위인 스페인 바야돌리드로 보내려 하고 있다.

시뇨라 사장은 이달 오거돈 부산시장과의 면담, 부산상공회의소 방문 등을 통해 “한국 시장에 계속 투자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치고 있다. 이는 르노삼성차의 악재가 경쟁사인 한국GM에 호재가 되고 있는 점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GM은 연초부터 판매량이 회복되고 있고 특히 3월에는 중형 세단 말리부의 판매량(1,183대)이 30% 이상 뛰며 예정된 부평 2공장 가동 축소 계획도 쏙 들어갔다. 말리부의 판매 증가는 르노삼성차의 파업 여파로 경쟁 모델 SM6 판매(1,799대)가 35% 줄어든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시뇨라 사장의 이번 본사 방문을 두고 극단을 치닫던 노사가 최근 의견을 조율해 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르노삼성차는 29일과 30일 프리미엄 휴가를 실시하면서 노동절 휴무까지 포함해 사흘간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지난해 하반기 노사분규가 본격화한 뒤 노조 파업이 아닌 이유로 부산공장 생산라인이 멈추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사는 프리미엄 휴가가 끝나는 다음 달 2일 후속 협상 일정을 잡기 위한 실무협의를 벌일 예정이다. 르노삼성에 정통한 관계자는 “2일 회의는 간사끼리 의견을 조율하는 자리”라며 “노사가 완강히 합의 못할 수준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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