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갤러리아가 3년5개월 만에 면세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한다. 유통 대기업인 한화갤러리아마저 1,000억원이 넘는 누적적자로 면세사업권을 중도 반납하며 면세 업계에서는 중소중견 면세점을 중심으로 사업권을 내놓는 업체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화갤러리아, 3년간 누적손실 1,000억원 ‘상처뿐인 영광’=한화갤러리아는 29일 이사회를 열어 오는 9월 갤러리아면세점63의 영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한화갤러리아가 면세사업에 뛰어들었을 지난 2015년 말 당시 한화갤러리아는 백화점 사업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여의도의 유일무이한 면세점이라는 점을 내세웠지만 상처뿐인 영광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 3년간 누적손실은 1,300억원에 달한다. 한화갤러리아면세점 관계자는 “이 같은 추세라면 사업권이 종료되는 2020년 누적손실이 2,0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사업 철수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누적손실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보따리상에게 지급한 송객수수료다. 면세점을 운영하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법인은 2016년 178억원의 손실을 낸 후 적자를 거듭했다. 지난해 적자폭을 66억원까지 줄였지만 이익구조를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실제로 갤러리아가 사업권을 획득한 2015년과 현재 면세점의 주소는 완전히 달라졌다. 2015년 이후 시내면세점 수가 6개에서 13개(지난해 기준)로 3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한데다 중국발 사드 제재도 여전하다. 아직 한국으로의 단체관광상품·크루즈·전세기상품 등은 판매가 재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화갤러리아 측은 “비효율 사업은 접고 갤러리아 광교점 등 신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도 못 버티는 왜곡된 면세시장…중소중견 면세점 철수 도미노 올라=업계는 한화갤러리아의 면세사업권 철수로 롯데·신라·신세계 등 빅3를 제외한 중소중견 면세업체 중 특허권을 반납하는 업체가 속출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유통업체인 한화갤러리아가 면세업 철수 결정을 내리면서 주요 면세 업체 가운데 첫 번째로 철수하는 선례를 남기고 싶지 않은 기업의 부담이 줄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당경쟁 끝에 면세 업계는 빅3 위주로 재편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관세청이 김정우 더불어민주당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면세 업계의 성수기인 1·4분기에 빅3의 매출은 각각 늘어난 반면 이를 제외한 업체들의 매출은 줄었다. 국내 면세점의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27% 증가한 5조6,189억원을 기록하는 등 매출 신기록을 세웠으나 전체 매출의 절반은 이들 빅3의 차지였다. 호텔롯데 명동 본점은 전년동기 대비 33% 증가한 1조2,797억원, 신라면세점 장충 본점은 35% 늘어난 9,113억원,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은 20% 증가한 5,560억원을 각각 기록하며 세 곳의 매출 총합이 2조7,470억원에 달했다. 전체 매출의 48%다.
직매입을 주로 하는 면세업의 특성상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한데 빅3가 10% 중반대의 송객수수료를 지급한 반면 중소중견 면세점은 기본 20%대의 송객수수료에 할인 이벤트 등을 포함할 경우 30%에서 많게는 40%까지 보따리상에게 지급해왔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연내 시내면세점을 추가 설치한다는 입장을 보여 면세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한 면세 업계 관계자는 “대형 유통업체도 사업을 중도 포기하는 상황에 시내면세점을 추가 설치하면 중소중견 면세점만 고사상태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수연·김보리기자 div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