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건강 에세이] 의사 초년시절의 기억

김형건 인천힘찬병원장

정형외과 전문의




나는 평소 환자들에게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다. 아픈 부위뿐 아니라 평소에 어떤 자세로 생활하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생활습관이 어떤지 등을 자주 묻고는 한다.

의사 초년 시절, 50대의 한 남성 환자를 만난 뒤로 나는 환자들에게 질문을 많이 하는 의사가 됐다. 그는 영업직에 종사했지만 거래처에 직접 물건을 납품하는 경우도 많아 어깨를 자주 쓰는 분이었다. 며칠 무리한 뒤 어느 날 갑자기 어깨가 아파 일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자 급기야 병원을 찾아온 것이다.


증상을 들어보니 어깨 힘줄 파열로 예상됐고 정확한 진단을 위해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어보니 예상대로 힘줄이 찢어져 있었다. 파열 부위가 1.5㎝ 정도로 아주 심하지는 않았지만 그냥 두면 점점 더 찢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여 환자와 의논해 봉합술을 하기로 했다.

수술은 잘 끝났다. 파열된 부위가 크지 않고 힘줄 상태도 나쁘지 않아 깨끗하게 힘줄을 봉합한 후 가벼운 마음으로 수술실을 나왔다. 환자분도 수술 후 입원해 있는 동안 수술 결과에 만족하며 회진할 때마다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하지만 퇴원한 후 경과를 보기 위해 진료실을 찾은 환자는 어두운 표정으로 통증을 호소했다. 어깨 힘줄이 파열돼 봉합했을 때는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제법 걸린다. 아무리 찢어진 부위가 작아도 최소한 한 달 이상은 기다려야 좋아진다. 하지만 수술한 지 2주가 조금 지났을 뿐인데 여전히 아프다며 원망 아닌 원망을 하니 조금은 야속한 마음이 들었다.

한 달이 조금 넘은 후 다시 찾아온 환자는 좀 더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고 나는 그가 다른 사람들보다 통증을 민감하게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두 달이 지난 후부터는 통증이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고 석 달이 지날 즈음에는 거의 정상으로 회복됐다.


당시에는 수술을 완벽하게 잘 끝냈으므로 회복 과정에서 환자가 예민해 더 아파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형외과 전문의로서 경험이 쌓이면서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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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질환은 대부분 노화와 함께 찾아오는 만큼 많은 어깨 통증은 어느 한 가지 병 때문이 아니라 여러 가지 병이 같이 오는 경우가 많다. 어깨 힘줄이 파열된 경우 단지 힘줄만 찢어진 것이 아니라 어깨 관절도 함께 굳는 경우가 흔하다. 의사 초년 시절 경험한 이 환자는 오십견이 있던 환자였다.

오십견이나 근육통은 MRI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병이 많이 진행되면 이학적 검사로도 어느 정도 진단이 가능하지만 초기에는 세심하게 살펴보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어깨 힘줄이 찢어졌을 때 오십견이나 근육통 같은 다른 질병이 동반되면 힘줄을 잘 봉합해도 낫지 않을 수 있다. 굳은 어깨를 풀어주고 근육통을 없애는 치료를 병행해야 예후가 좋다.

이 외에 생활습관 역시 수술 예후에 영향을 미친다. 어깨에 부담을 주는 나쁜 생활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수술이 아무리 잘됐어도 회복이 느리고 재발할 위험이 크다. 또 재활운동을 올바른 방법으로 하지 않아도 수술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수술 후에는 굳은 어깨를 풀어주기 위해 물리치료를 하는데 수술 부위를 자극하면 더 아플 수 있다. 이때는 물리치료 강도를 낮추거나 다른 물리치료를 받는 것이 좋은데 아픈데도 꾹 참고 계속 받는 분들이 있다. 그래서 물리치료를 받을 때 아프지 않은지도 물어본다.

이처럼 수술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 많아 환자에게 묻고 일일이 확인하다 보면 질문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질문이 많으면 진료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그만큼 환자들의 고생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면 전혀 수고롭지 않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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