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중기부 前 장관의 '진짜' 이임사

양종곤 성장기업부 기자

양종곤 성장기업부 기자양종곤 성장기업부 기자



지난달 8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열린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임식. 그는 “우리가 추진한 혁신의 성과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1년6개월이라는 재임 기간이 홍 전 장관의 입장에서는 무척 짧게 느껴졌을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지원대책인 일자리안정자금과 소득주도 성장을 설파하는 데 임기 초반을 다 보냈다. 남은 임기 동안 매진하던 ‘개방형 혁신’은 그의 말처럼 ‘미완성’으로 남았다.

자연인으로 돌아온 홍 전 장관의 ‘진짜’ 이임사에는 ‘성과를 이루지 못한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는 지난달 25일 자신의 블로그에 “지난해부터 한국에 실리콘밸리를 만들려고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다음 대목이다. 홍 전 장관은 “정부 내에서도 이 정책(실리콘밸리)의 중요성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현장에서는 직접적인 혜택이 오지 않는 정책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장기적인 정책에 집중하기 힘들었고 창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외침도 메아리가 없었다”고 고백했다.


홍 전 장관은 ‘중소기업 중심 경제’를 내건 문재인 정부가 힘을 실어준 대표적인 공직자다. 중기부는 문재인 정부에서 출범했다. 말 그대로 운명공동체다. 그런데 중소기업 정책의 ‘키’를 잡은 전 장관이 ‘불통’을 문제로 지목한 것은 정부가 중소기업 정책을 어떻게 인식하고 추진했는지를 반성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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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에서 지난 8일 취임 한 달을 맞은 박영선 장관은 일단 맥을 잘 잡은 것 같다. 지난달 25일 출범한 중소기업정책심의회에는 당연직 위원인 14개 부처의 차관 대부분이 참석했다. 앞으로 심의회는 중소기업 정책 컨트롤타워가 된다. 중구난방식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던 중소기업 정책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이다. 중기부가 이어받은 홍 전 장관의 개방형 혁신만 하더라도 중장기과제인데 문재인 정부는 오는 11월이면 벌써 임기 반환점을 돈다. ‘이제는 성과를 보여달라’는 외침이 민생·안보·정치 등 모든 지점에서 거세게 일고 있다. 박 장관은 9일 “중기부 1기는 씨를 뿌렸고 2기는 싹을 틔워야 할 시점”이라고 다짐했다. 홍 전 장관의 이임사가 박 장관 차례에 되풀이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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