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출생직후 생이별 佛 입양 여성, 47년만에 혈육 상봉

브룬씨 전북서 고모·고모부 만나

제시카 브룬씨가 22일 오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북경찰청에서 고모와 만나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제시카 브룬씨가 22일 오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북경찰청에서 고모와 만나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어나자마자 부모와 생이별하고 프랑스로 입양된 여성이 47년 만에 꿈에 그리던 가족과 재회했다.

주인공은 노르웨이에 있는 한국 조선사에서 검사관으로 일했던 제시카 브룬(47)씨. 그는 22일 전북경찰청 로비에서 고모와 고모부를 만났다.


지난 1972년 2월 전주예수병원에서 태어난 그의 어머니는 출산 후 건강이 악화해 젖도 채 떼지 못한 딸을 남겨두고 곧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딸을 익산에 있는 영아원으로 보냈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와 작별한 아이는 이렇게 영아원에서 6년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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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브룬씨는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프랑스의 한 가정으로 보내졌다. 온화하고 인자한 양부모는 딸을 무척 아끼고 사랑했다. 열두 살 때는 양부모를 따라 스페인 테네리페로 이사해 해양공학을 전공하고 현지 한 해운회사의 유조선에서 해양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순탄했던 삶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는 2013년 스페인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양부모를 모두 잃었다.

두 번이나 부모를 잃었다는 슬픔과 상실감이 오랫동안 그를 괴롭혔지만 모국을 향한 그리움도 커졌다. 마음을 다잡은 브룬씨는 2월 전북경찰청을 찾아와 ‘헤어진 가족 찾아주기’ 신청서를 제출했다. 기자회견도 자처해 어디에선가 자신을 보고 있을 아버지에게 ‘그립다’는 내용의 편지를 띄웠다.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경찰은 병원의 협조를 받아 친부의 이름과 주소를 파악했다. 이후 관할 주민센터를 수차례 방문해 제적등본을 열람하는 등 고된 타향살이에 지친 신청자의 민원을 해결하려고 애썼다.

47년 만에 처음으로 가족을 만난 브룬씨는 이날 혈육의 손을 맞잡고 한동안 울먹였다. 고모부는 그런 조카의 손을 맞잡고 “반갑다. 반가워 정말. (아버지랑) 똑 닮았다”며 다독였다. 아버지는 장성한 딸을 보지 못하고 이미 숨졌다는 소식도 함께 접하게 됐다.

브룬씨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고 주위에서도 이제 포기하라고 했는데 전북경찰청의 도움으로 꿈에 그리던 가족을 만나게 됐다”며 “가족을 만나 정말 기쁘고 다시 한 번 경찰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전주=김선덕기자 sdkim@sedaily.com

박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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