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경찰이 반대 시위자 복부·얼굴 가격…"제주 강정마을 과잉진압 있었다"

경찰청 진상조사위 결과 발표

해군, 찬성 주민 향응 제공 사실도

경찰청 /연합뉴스경찰청 /연합뉴스



지난 2007년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유치 결정 과정에서 경찰이 반대 주민을 과잉진압했다며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진상조사 결과가 나왔다. 강정마을 유치 과정에서 해군이 주민에게 향응을 제공한 점도 드러났다.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해군기지를 반대한 사람들이 겪은 국가기관의 부당행위에 대해 정부가 사과하고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경찰청에 대해서도 인권 증진을 위한 정책 개선을 권고했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해군기지를 선정해 공사가 완공되는 기간 반대 집회가 계속되는 가운데 경찰이 반대 측을 과잉진압했다.

실제로 2011년 해군기지 건설현장에서 반대 집회를 하던 양모 씨는 업무 방해 혐의로 경찰에 체포·연행되는 과정에서 서귀포경찰서 수사과장으로부터 복부를 맞았다. 서귀포경찰서 소속 한 경찰이 해군기지 반대 주민의 얼굴을 고의로 때린 점도 확인됐다.

경찰이 해군기지 건설 반대 활동으로 체포·연행한 사람만 모두 697명으로 집계됐다. 진상조사위 측은 제주지방경찰청 차원에서 해군기지 반대 집회에 강력 대응하라는 지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강정마을이 해군기지로 선정되는 과정도 불공정했다. 지난 2007년 4월 26일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한 강정마을 임시총회는 향약을 위반한 채 개최됐다. 향약에는 임시총회를 개최하기 7일 전에 반드시 소집 공고를 하고 수시로 방송을 통해 마을 주민들에게 총회 개최 소식을 알리도록 규정돼 있다. 당시 총회는 소집공고, 수시방송 없이 개최됐다. 총회 안건 역시 ‘강정지역 해군 기지 관련의 건’에서 ‘해군기지 찬반의 건’으로 공지 없이 변경됐다. 전체 마을 주민이 1,500여명인 데 비해 총회 참석자가 89명으로 4.5%에 그친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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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 6월 진행된 주민투표를 무산시키기 위해 해군은 주민들에게 투표 불참을 독려했고 해군기지사업추진위의 지시로 해녀들이 투표함을 탈취하기까지 했다. 당시 해군은 민박집을 운영하던 강정마을 회장에게 회의장소 이용료 명목으로 매달 일정액을 지급하는 등 해군 기지를 찬성하는 주민에게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 청와대, 국군사이버사령부, 경찰청 등에서 강정마을 해군기지 관련 인터넷 댓글 활동을 펼친 사실도 확인됐다.

유남영 진상조사위원장은 “(진상조사위의 한계로) 이번 조사에서 제주도 관계자들은 면담 하지 못 했고 제주도에서 자체적으로 진상 조사한 자료도 보지 못 했다”면서 “정부와 제주도에 부당 행위에 대한 진상규명을 실시하고 다각적인 치유책을 추진할 것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청장이 해군기지 반대 측 주민과 활동가의 인권을 침해한 것과 관련해 의견을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또 집회 시위 해산시 장소의 특성, 시위 형태, 용품 등 사고 위험요소를 충분히 고려해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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