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토요워치] 봄더위의 습격…썸(S'SUN'M) 타는 한반도

■'철없는 폭염' 일상을 바꾸다

☞경제와 썸

에어컨·아이스크림 불티…여름제품 행복한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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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4일 서울에 올 들어 첫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전국적으로 33도 이상을 기록한 날이 31.5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해 여름의 기억을 일깨우는 더위였다. 최근에는 경기 이천, 충북 제천 등에서 기상 관측 이래 역대 최고의 5월 낮 기온을 기록하기도 했다. 5월부터 낮이면 30도를 웃도는 때 이른 여름에 관련 업계는 행복한 비명을 내지르고 있다.

소비자들이 에어컨 구매를 서두르면서 전자 유통업체들은 분주한 5월을 보냈다. 롯데하이마트는 5월1~27일 판매된 에어컨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60% 늘었다고 밝혔다. 통상 에어컨 성수기는 초여름이 시작되는 6월부터 8월까지다. 그동안은 이 기간에 하이마트의 연간 에어컨 매출액 60%가 집중됐지만 올해는 트렌드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최근 몇 년간 극성수기에 에어컨 설치 대란을 겪으며 소비자들에게 ‘주문이 늦으면 배송도, 설치도 느려진다’는 학습효과가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에어컨 제조업체도 올 초부터 생산량을 늘려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LG전자의 1·4분기 에어컨 생산 라인 가동률은 136.7%를 기록했다. 생산 대수만도 총 275만대에 이른다.


날씨 더워지자 5월 에어컨 매출 60%↑

제조업체 생산 늘리며 발빠르게 대응



기업들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지만 ‘에어컨 수리 대란’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더운 날씨와는 별개로 주 52시간제라는 새로운 변수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협력업체 소속이었던 서비스센터 직원들은 올해부터 본사 정규직으로 채용돼 주 52시간제를 적용받고 있다. 과거에는 수리기사들이 성수기 야근과 주말 근무 등으로 설치·수리 수요에 대응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7~8월 에어컨 설치에 최대 보름 이상이 걸렸으나 이제는 그마저도 불가능해진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확실히 지난해보다 인력 운용이 수월하지 않다”며 “나름대로 준비는 하고 있지만 처음 겪는 일이라 시행착오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제조업체들은 에어컨 사전점검 강화를 최우선 전략으로 삼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5월까지로 예정했던 사전점검 기간을 6월14일로 연장했고 LG전자는 일찌감치 6월21일까지로 정했다. 문자나 카카오톡 알림톡을 통해 활발한 홍보를 병행한 결과 실제 사전점검을 받은 고객이 크게 늘었다. 아직 사전점검이 진행 중이지만 지난해 대비 삼성에서는 100%, LG에서는 7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산한다. 특히 에어컨 성능이 영업과 직결되는 식당이나 숙박업소에서의 사전점검 신청이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너무 더울 때 많은 제품을 수리하다 보면 아무래도 여유가 있을 때만큼 꼼꼼하게 처리하기는 어렵다”며 “에어컨 사용자 입장에서도 미리미리 점검 및 수리를 받는 것이 이득”이라고 조언했다.

성수기에만 힘을 보태줄 임시 인력 또한 채용 중이다. 대부분 사설 업체에서 에어컨 설치·수리를 전문으로 하던 이들은 삼성·LG의 한여름 제휴 인력으로 활동하게 된다. LG전자는 수백 명 정도의 제휴 인력 채용을 예상하고 있다. 평소 다른 가전을 주로 수리하던 기사들을 대상으로 에어컨 수리기술 교육을 늘린 것도 성수기 피크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수영복·리조트룩도 날개 돋친 듯

아이스크림은 두달간 16% 껑충


패션·빙과업계 마케팅 경쟁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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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시계가 빨라지면서 수영복을 찾는 손길도 늘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4월1일부터 5월27일까지 수영복 상품군의 매출은 8.2% 신장했다. 롯데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예년보다 더위가 빨리 찾아왔고 휴가를 미리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수영복 수요가 증가했다”며 “비키니, 원피스 수영복뿐만 아니라 래시가드·모노키니 등 다양한 스타일의 수영복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길어지는 여름을 대비해 업계는 여름 내내 활용할 수 있는 패션 아이템을 선보이고 있다. 여름은 길어져도 소비 성향은 강해지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여름 초입부터 늦여름까지 착용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고민에서 탄생한 대표적인 제품이 원피스 겸 로브다. 단추를 잠그면 셔츠형 원피스로 연출할 수 있지만, 단추를 풀면 얇은 외투처럼 걸칠 수 있어 더위가 가시기 시작하는 늦여름에도 어울리는 아이템이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여성복 브랜드 구호는 이번 시즌 휴양지에서 연출할 수 있는 리조트룩으로 푸른 빛을 띠는 기하학적 패턴의 원피스를 제안했다. 원피스뿐만 아니라 아우터로 연출이 가능해 실용적이며 볼륨 소매로 우아한 이미지를 자아낼 수 있다. 활용도를 높이는 연장선에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여성복 브랜드 지컷은 기존 리조트 컬렉션이 휴양지룩에 국한된다는 선입견을 깨고 도심 등 다양한 일상에서도 착용할 수 있도록 데님을 소재로 제품을 구성했다.

과거보다 이른 더위에 아이스크림 매출도 급성장하고 있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4월1일부터 5월27일까지 아이스크림의 매출 신장률은 15.9%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빙과업체는 그 어느 때보다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축구선수 손흥민을 제품 모델로 기용한 빙그레가 대표적이다.

빙과업계 2위인 빙그레는 이미 3월 초부터 손흥민을 모델로 발탁한 소식을 알리며 아이스크림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빙그레는 ‘슈퍼콘’을 들고 춤을 추는 광고 영상을 공유한 후 주문량이 전주 대비 25% 이상 증가하는 등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빙그레의 한 관계자는 “영상이 입소문이 난 후 영업소와 대리점 등에서 발주량을 늘려 생산량을 이미 최대로 높였다”고 말했다.

빙과업계의 큰 형님인 롯데제과는 대표 아이스크림 ‘설레임’의 라인업을 강화하고 디자인을 리뉴얼하며 이에 맞서고 있다. 올여름 새롭게 선보이는 ‘설레임 Cool 오렌지&망고’는 상큼한 스무디 제품으로 아이스밀크로 분류된 기존 제품과 달리 우유 성분이 들어가지 않는다. 또 ‘설레임 초코쉐이크’를 추가해 기존 설레임의 라인업도 세 종류로 확대할 계획이다.

포장지의 디자인도 시원한 느낌을 극대화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눈꽃이 떨어지는 느낌을 시각화하기 위해 눈 결정 문양 등으로 포인트를 주고 기존 가로로 표기됐던 제품명을 세로로 넣어 변화를 줬다”며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내부 평가가 좋은 만큼 올여름 설레임의 판매에도 좋은 반응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효정·허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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