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 대기업의 지배구조 현황을 살펴본 결과 배당정책과 내부통제안 마련, 내부감사기구에 대한 정보 접근성 등 일부 분야에서 점진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탁자 책임 원칙(스튜어드십 코드)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지배구조 개선 압박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상장사들은 정부가 임의로 정한 기준에 따라 ‘시험’ 치듯 이뤄지는 지배구조 개선이 기업가치를 실제로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강하다.
한국거래소는 4일 코스피 상장사 200개(비금융사 161개, 금융사 39개)의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 공시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연결 기준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 공시 의무화에 따른 첫 보고서다. 지배구조는 주주와 이사회, 감사기구 등 크게 3개 부문으로 나눠 총 15개 항목에 대해 기업이 준수하고 있으면 ‘동그라미(O)’, 미준수면 ‘X’를 표기하는 방식이다.
본지가 이 가운데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에 공시된 지배구조 현황을 분석한 결과 10대 대기업 가운데 삼성전자와 현대차, SK, LG, 포스코는 배당정책 및 배당 실시 계획을 연 1회 이상 주주에게 통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 규모 자체의 확대와 더불어 투명한 배당정책 마련 및 공지는 정부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꾸준히 강조해온 것이다. 실제 10대 대기업 그룹 소속 계열사 64곳의 지난해 배당 총액은 20조원에 육박했는데 이는 전년인 2017년 15조원대보다 5조원이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금배당 성향(순이익에 대한 현금배당액의 비율)은 15.8%에서 20.7%로 늘기도 했다.
또 기업이 이사회 내부에 내부통제 정책을 따로 마련하고 운영하고 있는지, 경영 관련 중요 정보에 내부감사 기구가 접근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했는지 여부 등 2개 항목에 대해 10대 기업이 모두 ‘O’를 받았다. 내부통제 및 내부감사 역할 강화는 외부감사인, 즉 회계법인이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을’의 위치인 탓에 회계부정 감시 기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역시 정부가 ‘기업 내부의 감시 확대’ 차원에서 강조한 분야다.
그러나 여전히 미흡한 것도 적지 않았다. 포스코 한 곳만 주주 소통의 핵심인 주주총회일을 4주 전 주주에게 공고하고 있었고 이사회 견제를 위한 집중투표제 역시 포스코만 유일하게 도입했다. 전자투표제는 의결권 대리 행사, 이른바 ‘섀도 보팅’ 폐지에 따라 도입 필요성이 커졌지만 SK와 포스코, 한화, 신세계 4곳만 적용한 상태다.
지난 4월 조양호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작고로 한진그룹이 승계에 비상이 걸리면서 관심도가 높았던 ‘최고 경영자 승계정책 운영’ 항목은 현대차를 제외하고는 완비했다. 승계 ‘컨틴전시 플랜’의 경우 현대모비스·아모레퍼시픽·아시아나항공·오뚜기·오리온 등 10대 이외의 기업에서는 미비했다.
이에 대해 상장사들은 정부가 정한 프레임대로 순위를 매기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법은 법대로 강화하면서 공시 같은 연성 규범도 강도를 높이고 있다”며 “지배구조는 정답이 없는데 결국 기업더러 ‘자아비판’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업보고서 작성과 맞물려 지배구조 보고서가 업무를 가중시킨다는 불만도 나왔다.
/조양준·신한나기자 mryesandn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