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창업 선배'가 자금 매칭·경영자문...실패 조언까지 밀착 지원

[혁신성장 핵심은 질적 도약]

<중> 눈길 끄는 '성공벤처인形 액셀러레이터'

성공한 벤처인들이 자금 모아

'프라이머' '카이트재단' 등 설립

예비 창업자 발굴·멘토링 제공

투자보단 교육관점서 후배 양성




#지난 2012년 이동건 대표가 설립한 마이리얼트립은 현재 전 세계 80개국 630여개 도시에서 2만개 투어와 액티비티 상품을 판매하며 국내 최대 자유여행 전문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았다. 최근에는 월 거래액 300억원을 돌파하며 연말까지 5,000억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 패키지 상품 중심의 오프라인 여행사가 장악하던 시장에서 자유여행이라는 신시장을 연 마이리얼트립의 탄생과 성장에는 엔젤투자자인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의 역할이 컸다. 당시 첫 번째 창업에 실패했던 이 대표는 강연을 위해 학교를 찾은 권 대표에게 조언을 요청했고, 이후 권 대표와의 만남을 통해 자유 여행을 창업 아이템으로 삼았다. 프라이머는 마이리얼트립에 초기 투자는 물론 각종 노하우까지 전수하며 성장의 기틀 마련에 도움을 줬다.

팁스 운영사로 활약하는 47곳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곳은 프라이머와 같이 성공한 벤처 창업가의 창업자금으로 설립된 일명 ‘성공벤처인형(形) 액셀러레이터’들이다. 이들은 다른 액셀러레이터와 다르게 앞서 창업을 경험하고 엑시트(exit)까지 마친 ‘창업 선배’의 눈높이에서 창업팀을 키워낸다. 실제로 기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회계 등 실무적인 지식은 물론 네트워크와 멘토링, 노하우 등도 적극적으로 제공한다. 한국엔젤투자협회 관계자는 “본인이 직접 창업을 해 일군 성공자금을 가지고 후학을 양성하는 것인 만큼 팁스가 추구하는 바람직한 모델과 맞는다”고 말했다.


◇성공은 물론 실패에 대한 조언까지=가장 눈에 띄는 성공벤처인형 액셀러레이터는 ‘카이트창업가재단’이다. 지난 2012년 11월 설립, 2013년 6월 팁스에 합류한 카이트창업가재단은 전자종이 업체 이미지앤머터리얼스를 창업한 김철환 이사장의 성공벤처회수자금을 바탕으로 설립된 순수 민간 비영리재단법인이다. 지난 2006년부터 총 6번의 창업을 경험한 김 이사장은 이미지앤머터리얼스를 300억원에 매각하는 등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모두 갖고 있다. 김 이사장은 “창업을 여러 번 해본 입장에서 창업 후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한 경험이 있었던 만큼 기술창업을 하려는 후배들을 도와주고 싶었다”며 “세상 덕에 돈을 버는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내일 죽어도 후회하지 않을 일이 더 좋은 기업을 찾고 도와주는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대전에 자리한 카이트창업가재단은 카이스트와의 협력을 통해 예비창업자를 발굴하고 벤처 최고경영자(CEO)나 창업경험자 등으로 구성된 외부 멘토단을 통한 멘토링을 제공한다. 김 이사장은 “비슷한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창업팀 CEO가 어느 시기에 어떤 고민을 할지를 잘 알 수 있다”며 “액셀러레이터로서 자본시장의 생태계나 네트워크에 대해서도 이해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기업을 어떤 벤처캐피털(VC)에 매칭하는 것이 좋을지 등의 궁합을 잘 맞춰주는 것도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6번의 창업 중 3번은 엑시트를 했지만 2번은 실패했다”며 “실패로 인한 폐업 절차에 대한 조언까지 가능한 것이 카이트창업가재단”이라고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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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아닌 교육의 관점에서 후배 양성=프라이머는 국내 최초 전자결제 시스템 ‘이니시스’를 설립한 권도균 대표 등의 회수자금으로 지난 2010년 1월 설립된 국내 최초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다. 권 대표는 지난 1997년 이니시스와 보안솔루션회사 이니텍을 설립한 벤처 1세대로, 2008년 두 회사를 당시 국내 투자회수금 중 최고 금액인 3,300억원에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프라이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액셀러레이터로서의 ‘멘토링’이다. 권 대표는 “프라이머는 2010년 설립 당시부터 현재까지 심사역이 아니라 파트너들이 직접 창업팀을 만나고 멘토링을 하면서 마치 공동창업자처럼 사업에 깊이 참여하는 모델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멘토링과 경영을 같이 해야 한다는 신조 때문”이라며 “프라이머가 그동안 직접 투자한 기업이 180곳에 달하면서 선배 기수들이 후배 기수들을 멘토링하기도 하는데, 이들도 성공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면서 파트너가 멘토링하는 만큼의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2013년 6월 팁스에 합류한 프라이머의 특징은 ‘투자회사’가 아닌 ‘교육회사’를 표방한다는 데 있다. 직장경험이나 사회경험이 없는 이들이 창업에 나서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에게 A부터 Z까지 사회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알려주는데다, 경영에 대한 지식도 함께 전수하기 때문이다. 권 대표는 “사업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경영에 대한 지식으로, 투자금을 늘리는 것보다 경영을 가르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학교에서 배우는 경영학이 아니라 사업을 하는 데 필요한 경영학 지식을 멘토링과 자체 교육과정, 프로그램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프라이머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기업가(entrepreneur)와 인턴십(internship)의 합성어인 일종의 창업인턴 프로그램 ‘엔턴십(Enternship)’을 운영했다. 엔턴십은 예비 창업가가 자신의 사업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마케팅에서부터 고객 인터뷰 등 사업을 경험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권 대표는 “올해부터는 투자한 창업팀에게 스타트업 경영학 과정을 제공하고 있다”며 “제가 창업에 나선 90년대 말에는 멘토링이라는 게 체계화돼 있지 않아 혼자서 외로운 길을 가야만 했는데, 후배들은 그렇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프라이머를 세운 만큼 앞으로도 후배 양성에 힘쓸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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