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신남방서치]종교도 경제도 아니었다...'희망' 택한 14억 인도

■인도 총선 무엇을 남겼나

조충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조정실장

모디 집권 1기 막판 종교·계층 테러

실업률 최고치 찍어 敗 예상했지만

최대과제로 내세웠던 화장실 보급

투명한 복지·철도·신도시 건설 등

변화 기대감이 여당에 힘 실어줘

2024년까지 모디노믹스 순항 예고

조충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조정실장조충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조정실장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나렌드라 모디(앞줄 오른쪽) 인도 총리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인도의 수도 뉴델리의 대통령궁에서 람 나트 코빈드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나렌드라 모디(앞줄 오른쪽) 인도 총리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인도의 수도 뉴델리의 대통령궁에서 람 나트 코빈드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5월 말 세계 최대 규모의 유권자, 세계 최장 투표기간, 세계 최대의 출마자 등 숱한 화제를 뿌린 2019년 인도 총선이 막을 내렸다. 결과는 이미 알려진 대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의 압승이었다. 이에 따라 모디 총리는 오는 2024년까지 연임하게 됐고 모디노믹스도 탄력을 받게 됐다. 인도 대표 주가지수인 센섹스가 이미 신고점을 경신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인도국민당과 모디 총리의 압승을 불안하게 보고 있다. 종교·계층 간 갈등이 심해져 인도가 분열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타임 최근호는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가 모디 정부의 또 다른 5년을 견딜 수 있을까’라는 제하의 글을 실으면서 ‘인도가 어느 때보다 분열되고 있다’고 했다. 국내 언론이나 기관들도 힌두 국수주의의 활개를 우려하고 있다. 영국 주간지 소셜리스트워크는 이번 총선을 ‘세계를 더 위험하게 할 인도국민당의 승리’로까지 묘사했다. 정말 인도가 더 분열될까. 종교 간 갈등이 심화해 사회까지 분열될까.

051537 인도 총선 결과 3


지난 모디 정부의 집권 후반기로 들어서면서 종교·계층 간 테러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힌두교에서 신성시하는 소의 도살 혹은 식육과 관련된 잔혹한 테러, 이슬람 사원 및 주요 인사에 대한 테러는 물론 상하 계층 간 테러가 특히 많이 보도됐다. 총선 투표 돌입 직전 이슬람 무장세력이 자행한 카슈미르 경찰관 테러 사건과 이에 대응한 파키스탄 공습은 인도국민당이나 모디 총리에게 어떤 식으로든 유리하게 작용했다. 결과적으로 인도는 좀 더 분열됐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힌두교에 기반을 둔 인도국민당이 지난번에는 하원의석 543석 중 282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지만 이번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303석을 차지하게 됐으니 인도의 분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릴 만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이번 인도국민당 압승의 최대 배경은 힌두이즘이 아니다. 좌파정당이 줄곧 집권해 인도국민당의 불모지가 된 케랄라에서는 인도국민당은 물론 모디 총리까지 나서 힌두이즘에 적극 호소했지만 이번에도 불모지의 오명을 벗지 못했다. 인도국민당은 단 1석도 얻지 못하고 오히려 세속주의를 추구하는 인도국민회의(INC) 의석수만 8석에서 18석으로 늘려줬다. 여성의 힌두사원 출입 제한을 강하게 밀어붙였다가 역풍을 맞은 것이다. 2018년 12월 힌디벨트 대표 3개 주의회 선거에서도 인도국민당은 모두 참패해 실권했다. 2017년 12월 구자라트 역시 모디를 연방 총리로 키워준 곳이지만 주의회 선거에서 압승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간신히 집권하는 수모를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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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경제 성장이 인도국민당 압승의 배경이었을까. 총선 직전인 올 1·4분기 성장률은 5.8%로 4년 이래 최저였다. 소비도 투자도 둔화했으며 지난해 대비 외국인투자도 줄었다. 2018년 실업률이 45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 알려지자 인도국민당의 패배가 예상되기도 했다.

이번 총선 압승의 최대 요인은 힌두이즘도 경제 성장도 아닌 변화, 새로운 희망에 대한 인도인들의 기대였다. 인도 국민들은 모디 정부의 집권 기간에 보다 많아지고 깨끗해진 화장실과 길거리, 투명해진 조세·복지 제도, 개선된 도로와 철도, 새로 건설되는 신도시와 주택들에서 변화를 보고 희망을 선택했다. 인도에서 세 번째로 하원의석 수가 많고 케랄라처럼 좌파정당의 영향력이 매우 강한 웨스트벵골에서 좌파정당은 이번 총선에서 단 1석도 얻지 못했다. 주 집권당인 지역 정당의 의석은 34석에서 22석으로 대폭 줄어든 반면 인도국민당은 2석에서 18석으로 크게 늘어났다. 웨스트벵골 주민들은 좌파정당은 물론 변화에 무력한 지역 정당 대신 인도국민당을 선택했다. 또 다른 지역 정당이 집권하고 있는 수도 델리는 지난번 총선에 이어 이번에도 7개의 하원의석 모두를 인도국민당이 가져갔다. 델리 시민이 지역 정당은 물론 과거 오랫동안 집권했던 인도국민회의에 이번에 단 1석도 허용하지 않은 것이다. 시정이 아니라 국정 운영자로서 인도국민회의는 물론 지역 정당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이번 총선으로 인도국민당의 의석수는 전체의 56%로 높아졌지만 힌두교 인구 비중인 80%에는 턱없이 못 미칠 뿐 아니라 지난 총선 대비 7.4%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세속주의 기반의 인도국민회의 의석수는 44석에서 52석으로 18% 이상 증가했다. 이 역시 인도 국민들이 보여준 일종의 견제 및 균형 감각이다. 이러한 사실을 모디 총리는 잘 알고 있다. 5년 후 총선은 물론이고 매년 수차례의 주의회 선거가 치러진다. 과거 인도국민회의 집권 10년간 이탈리아 출신 가톨릭인 소냐 간디 당수와 인구의 2%도 되지 않는 시크교도인 만모한 싱 총리가 인도를 이끌던 당시에도 분열에 대한 우려는 있었지만 기우로 끝나지 않았는가. 종교로 분열되는 인도보다 새로운 인도 건설을 원하는 인도 국민들을 믿고 더욱 주목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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