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국산 캔맥주 가격 100~200원↓... '4캔 1만원'시대 열리나

[50년만에 주세법 개편 확정]

맥주·탁주 종가세→종량세 전환

수제맥주는 ℓ당 78원 인하요인

"품질 경쟁 가능해졌다" 환영

고가 수입맥주는 세금부담 줄어

기네스 싸지고 스텔라 비싸질듯

"특정산업 보호에 세법 활용" 비판도




우리나라 주류 과세 체계가 출고 가격에 따라 과세하는 종가(從價)세에서 알코올 도수와 양을 기준으로 하는 종량(從量)세로 50여년 만에 개편된다. 맥주와 탁주(막걸리)가 종량세로 우선 전환되고 ‘서민 술’인 소주는 개편 대상에서 제외했다.

5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서 당·정 협의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주류 과세 체계 개편 방안을 논의해 최종 확정했다. 정부는 이날 확정한 주세법 개편안을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아 9월 초 국회에 제출하고,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정협의에서 “당초 전 주종을 대상으로 종량세 전환을 검토했지만 주류 시장과 산업 구조에 급격한 변화가 초래될 수 있다는 업계 의견을 존중해 전환 여건이 성숙 된 맥주와 탁주 두 주종에 대해 우선 전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주세법 개편은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 과세 체계 차이에서 오는 역차별을 해소해달라는 국내 맥주 업계 요구로 추진됐다. 국산 맥주는 제조원가에 이윤, 판매관리비까지 더한 출고가격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반면 수입 맥주는 이윤과 판관비가 빠진 수입신고가격에 과세한다. 국산 맥주가 세금을 더 내는 구조다. 수입 맥주 점유율이 2015년 8.5%에서 2018년 20.2%까지 급상승한 배경에 이런 과세 방식 차이가 있다고 국내 맥주 업계는 보고 있다.


우선 국산 캔맥주는 종량세 전환에 따라 가격이 내릴 전망이다. 종가세 체계에서는 캔맥주(오비맥주·롯데주류·하이트진로 3사 기준)에 ℓ당 주세 1,121원, 교육세·부가가치세까지 포함하면 총 1,758원의 세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종량세 전환으로 고정 세율인 ℓ당 830원30전의 주세가 붙는다. 교육세와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총 세 부담은 1,343원으로, 원래보다 415원 줄어든다. 주세만 보면 세 부담이 ℓ당 291원 줄기 때문에 캔맥주 1개당 100~200원가량 가격 인하 요인이 생기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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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생맥주 세 부담은 커진다. 생맥주는 병맥주·캔맥주와 달리 용기가 필요 없어 출고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았고, 출고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종가세 체계에서는 그만큼 세 부담도 적었다. 하지만 주세법 개편으로 출고가격 상관없이 ‘ℓ당 830원30전’이 동일하게 부과되기 때문에 세 부담이 커진다. 생맥주의 총 세 부담은 ℓ당 815원에서 1,260원으로 54.6% 오르게 된다. 다만 정부는 생맥주에 대해서는 2년 간 세율을 20% 깎아 ℓ당 664원20전만 적용하기로 했다. 이러면 생맥주의 세 부담 오름폭은 207원으로 줄어든다. 생맥주 세 부담이 커지지만 국내 맥주 업체가 세 부담이 줄어든 캔맥주도 함께 생산하기 때문에 생맥주 가격이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 생각이다.

현재 출고 수량별로 최대 60%의 과세표준 경감 혜택을 받고 있는 수제맥주 업계는 추가로 20% 경감 혜택까지 받게 돼 이번 종량세 개편의 최대 수혜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종량세 개편에 따라 수제 맥주는 전반적으로 ℓ당 78원의 인하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진정한 맥주 품질 경쟁이 가능해졌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수입 맥주는 전체적으로 세 부담이 늘어난다. 다만 고가 맥주는 세 부담이 줄어들고, 반대로 저가 맥주는 늘어나는 구조다. 예컨대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하이네캔과 스텔라는 가격이 오르고 기네스 같은 맥주는 내린다. 이 때문에 ‘4캔에 1만원’ 형태의 마케팅은 유지될 것이라는 게 기재부 판단이다. 맥주와 함께 종량세로 전환되는 막걸리는 ℓ당 41원70전을 적용해 가격 변화 유인이 크지 않다. 정부는 ℓ당 세율이 고정되는 만큼 물가연동제를 적용해 물가 상승을 반영하기로 했다. 세율이 물가 상승에 따라 덩달아 오를 수 있는 셈이다. 이번 개편에 업계 간 첨예한 이해관계 대립으로 소주, 위스키 등의 주종이 빠진 데 대해 김 실장은 “장기적으로 반드시 종량세로 전환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면서 “종량세 추진을 중단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50년 만에 어렵게 주세법 개편의 첫발을 뗐지만, 일각에서는 뚜렷한 명분 없이 특정 산업 보호에 세법이 활용됐다는 비판도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주세법 개편의 목적이 불분명하다”면서 “국내 맥주 산업 보호를 위해 개편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가 맥주 가격은 떨어지고 저가 맥주 가격은 오르는 데 대해서도 “저소득층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역진적 성격이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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