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 - 전쟁 말고 커피]예멘 이민자는 어떻게 '블루 보틀' 파트너가 됐나

■데이브 에거스 지음, 문학동네 펴냄




최근 세계 3대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 ‘블루 보틀’ 한국 1호점이 성수동에 생겼다. 커피를 마시려는 행렬이 이어지면서 성수동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블루 보틀’ 커피를 맛보기 위해 도쿄 오토테산도, 롯본기 등을 방문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였으니 1호점 인기는 이미 예상됐던 일이다. 책 ‘전쟁 말고 커피’는 예멘 이민자 가족 출신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빈민가에 살던 목타르 알칸샬리가 ‘블루 보틀’의 파트너가 되기까지의 모험담을 비롯해 커피의 역사, 커피 산업을 흥미진진하게 그렸다.


예멘은 이슬람 무장 세력인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가 활개를 치고 이를 겨냥한 미군의 드론(무인기) 공격이 빈번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세계 2대 커피 품종 중 하나인 아라비카나 달콤한 맛으로 전 세계적 사랑을 받는 모카커피의 기원인 곳이기도 하다. 아라비카는 옛날 예멘 땅을 지칭하던 아라비아 펠릭스(행복한 아라비아)에서 따왔고, 모카는 커피를 수출하던 예멘의 항구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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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목타르는 어느 날 우연히 예멘이 원조 커피 수출국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때부터 예멘산 커피 수입상이 된다. ‘예멘의 커피를 파는 게 아니라 예멘의 명품 커피를 팔겠다’며 ‘예멘 커피 농가에 정당한 가격을 쳐주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그가 세운 모카항 커피회사의 커피는 2016년 미국 전역의 블루 보틀 매장에서 판매되기 시작했고 2017년에는 ‘커피 리뷰’로부터 21년 역사상 가장 높은 점수인 97점을 받았다.

이러한 꿈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하기만 했다. 들쑥날쑥한 품질과 불안한 정치상황으로 인해 커피 시장에서 존재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예멘 커피는 180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연간 생산량이 7만5,000t에 달했지만 1만1,000t으로 줄어든 상황이었다. 그나마 명품 품질을 갖춘 것은 4%에 불과했다. 그는 커피의 역사와 생태, 가공 및 유통과정, 품질 구분 등을 철저히 공부한 뒤 예멘의 커피 농가들을 일일이 답사하며 명품 커피 부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 결과 중간 유통 과정을 없애면서 예멘 커피 농가에 정당한 이윤을 돌려줬고 빛바랬던 예멘의 커피 명성을 되찾는데 성공했다. 1만5,000원.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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