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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 가세...20조 주무르는 강남파이낸스센터 '錢의 전쟁'

주요 증권·은행 8곳 PB센터 둥지

수백억대 초고액자산가 대상 영업

임대료 비싸도 상징성 커 유지

메리츠증권 내달 PB점포 오픈

인력 모시기에 경쟁사 긴장감




2조2,600억원의 가치로 국내에서 가장 비싼 빌딩으로 추정되는 서울 역삼역 인근 강남파이낸스타워(GFC). 이곳에는 이 빌딩 가격의 10배가량 되는 자산을 움직이는 초고액자산가 대상의 프라이빗뱅킹(PB)센터들이 ‘쩐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중반 이후 이곳에 하나둘씩 둥지를 틀었던 PB센터들은 점차 프리미엄 서비스를 앞세워 관리자산의 규모를 키워왔다. 이곳에 다음달 초 메리츠종금증권이 VVIP 점포를 열고 도전장을 내면서 영업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증권가에 따르면 강남파이낸스센터에 입주한 주요 금융사 8곳의 PB센터가 관리하는 자산이 약 2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곳에는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신한은행, KB금융, KEB하나은행, 한화금융계열사 등 은행, 증권, 보험 등 전 금융영역의 PB센터 8곳이 입점해 있다. 이들은 일반 PB센터와 달리 최소 10억원에서 50억원대의 금융자산을 예치한 수백억원대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리미엄급 PB서비스 점포들이다. 한 센터장은 “강남파이낸스센터 PB점포들은 모두 예약제로 운영돼 일반고객들은 접근이 힘들다”며 “여기서 거래한다고 하면 어느 정도의 자산가급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5년 전만 해도 이곳에서 관리하는 자산은 10조원가량으로 추산됐다. 김진여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장은 “기존 고객들의 자산 규모가 커진데다 최근 몇 년 사이 강남권에서 벤처기업 등으로 성공한 신흥부자들도 이곳을 찾으면서 자산 규모가 더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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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완공된 지상 45층 규모의 이 빌딩은 처음에는 론스타가 소유해 스타타워로 불렸으나 2004년 싱가포르투자청(GIC)이 사들인 뒤 현재 이름으로 바꿨다. 당시만 해도 외환은행(현 KEB하나은행)·씨티은행·조흥은행(현 신한은행) 등 몇몇 은행점포가 있었지만 2000년대 중반 삼성증권이 ‘30억원’ 대상 초부유층 PB 비즈니스를 시작하면서 영업경쟁에 불을 댕겼다. 2011년에는 미래에셋대우가 파격적으로 1층에 초고액자산가 대상 PB센터를 열었으며 KB금융·KEB하나금융 등이 은행·증권 복합점포로 확장하고 PB인력도 충원했다. 전국에 딱 두 곳인 한화생명의 FA(PB 서비스) 점포도 이곳 12층에 자리하고 있다.

높은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한번 입점한 PB센터는 웬만해서는 이 빌딩에서 ‘방’을 빼지 않는다. 씨티은행이 국내 점포를 대폭 축소하면서 2017년 철수한 사례 정도가 꼽힌다. GFC의 평균 3.3㎡당 임대료는 11만3,000원으로 강남 평균인 7만7,000원보다 50%가량 비싸다. 미래에셋대우의 한 관계자는 “점포 유지비가 많이 들지만 대한민국 부유층 대상의 금융사라면 상징성 때문에 이곳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PB센터들은 드러내놓고 고객 쟁탈전을 벌이지 않지만 물밑경쟁은 치열하다. 금융사들은 각사에서 최고의 실력과 경험을 겸비한 PB들을 이곳에 모아놓았다. 8곳의 PB센터가 혈투를 벌이는 가운데 메리츠종금증권이 다음달 초 PB센터를 열면서 GFC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경쟁사의 스타 PB를 센터장으로 영입했고 강남권 유명 PB들에게 파격 조건의 영입을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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