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관점]매수 順으로 매도하는 선입선출법 적용...손실 나도 세금은 부과

[말많고 탈많은 해외주식 과세]

환율 적용 등 양도차 계산 복잡...세탈루·불성실 신고자 양산

국내 투자자는 양도세 안내고 거래세만 내...형평성 문제도

매수·매도가 평균 산정·1년인 손익통산기간 확대 등 필요

기재부, 문제점 개선 위해 내년 상반기 예정으로 용역 발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주식 중개인들이 모니터를 보며 주가 움직임을 살피고 있다./뉴욕=EPA연합뉴스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주식 중개인들이 모니터를 보며 주가 움직임을 살피고 있다./뉴욕=EPA연합뉴스


개인사업을 하는 A(51)씨는 2016년 해외주식투자에 발을 들여놓았다. 당시는 국내 주식시장은 큰 변동 없이 정체된 반면 미국 주식시장은 꾸준히 상승하던 때로 평소 알고 지내던 증권사 직원의 권유를 받았다. 그는 아마존 주식을 주당 810달러에 10주 산 뒤 돈이 생길 때마다 꾸준히 1~2주씩 사모았다. 주가가 계속 오르자 2017년 조금 처분해 이익을 실현했고 2018년에는 주가가 급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2번에 걸쳐 110주 전량을 내다 팔았다. 지난 5월 주식 양도차익을 신고한 그는 앞으로 해외주식은 쳐다보지도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가 해외주식투자에 화가 난 첫 번째 이유는 주식투자로 손실을 봤는데 세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가 2년 정도 해외주식에 투자한 금액은 1억5,000만원이다. 주식을 처분하고 난 뒤 손에 쥔 돈은 1억4,000만원이 조금 넘었다. 그나마 환차익을 조금 내 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 그가 손실을 보았는데도 세금을 내야 한 원인은 과세를 선입선출로 하는 데 있다. 해외주식투자로 이익을 내면 250만원까지는 공제하고 나머지 이익에 대해 양도소득세 22%를 내야 한다. 이때 세금 계산은 먼저 매입한 주식부터 처분하는 방식으로 한다. 예를 들어 주당 100달러에 주식 100주, 200달러에 100주, 300달러에 100주를 순차적으로 매수한 경우를 보자. 환율은 변동이 없다고 가정한다. 이후 300달러에 100주, 200달러에 100주, 100달러에 100주를 순차적으로 매도하면 이 투자는 손실도 없고 이익도 없다. 하지만 양도세는 내야 한다. 300달러에 매도한 100주의 양도차익은 100달러에 매수한 100주와 매칭해 계산한 2만달러다. 200달러에 매도한 100주의 양도차익은 200달러에 매수한 100주와 매칭하니까 없고 100달러에 매도한 100주는 300달러에 매수한 100주와 매칭해 2만달러의 양도차손이 발생한다. 결국 이 투자자는 6만달러를 들여 주식을 샀다가 팔아 6만달러를 손에 쥐었으니 손실도 이익도 나지 않았지만 양도세는 2만달러의 22%인 4,400달러를 내야 한다. A씨는 “과세의 가장 큰 원칙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것 아니냐”며 “소득은커녕 손실을 보았는데도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은 분명 잘못됐다”고 말했다.

A씨가 화난 두 번째 이유는 세금을 내고 싶어도 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계산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조금씩 꾸준히 주식을 사면 매수단가가 낮아진다는 이른바 코스트 애버리징(Cost Averaging) 기법을 사용했는데 그게 화근이 됐다. 해외주식투자로 인한 양도세는 자진 신고해야 한다. 이때 세금을 신고하려면 양도차익을 계산해야 하고 그러려면 매도가격과 매수가격을 알아야 한다. 앞의 예에서 보면 첫 번째 매수한 시점의 원·달러 환율을 찾아내 첫 번째 매수가격인 1만달러를 곱해야 원화 매수가격이 나온다. 같은 방법으로 첫 번째 매도한 시점의 원화 매도가격을 찾은 뒤 여기에서 매수가격을 빼면 차익이 나온다. A씨 생각에는 매수가격을 계산할 때는 매수환율을 적용하고 매도가격을 계산할 때는 매도환율을 적용해야 할 것 같았지만 세무서도 모른다고 해 그냥 인터넷 검색창에서 나온 기준환율을 적용했다. A씨는 45번 매수하고 3번 매도해 모두 48번 계산했다. 그는 “48번은 그래도 치밀어오르는 화를 누르고 계산할 수 있다”며 “국내 증시에서 데이트레이딩하듯 해외주식도 수시로 사고판 투자자는 신고를 어떻게 했을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현재 많은 증권사는 이런 경우에 대비해 투자자들의 신고를 대행해 주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해외주식 양도세 신고는 증권사도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에 세무사 등에 맡기고 있다”며 “신고서에 들어가는 거래내역만 수백쪽에 달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A씨가 거래하는 증권사는 신고 대행을 해주지 않는다. 이 증권사를 포함해 해외주식투자 서비스를 비교적 최근에 시작한 증권사 중에는 신고 대행을 하지 않는 곳이 많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주식투자에 신고 대행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신고 업무가 워낙 방대하고 대행수수료는 적어 세무사들이 일을 맡으려 하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투자자들의 불만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세금 신고가 이렇게 어려운 일이 되면서 의도하지 않은 불성실 신고자도 양산되고 있다. 신고에 필요한 작업이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지다 보니 숫자를 잘못 적어 결과적으로 세금을 적게 신고한 경우가 생긴다. 이렇게 되면 불성실 신고자가 돼 미납세액의 1만분의3만큼 가산세를 내야 하며 미납기간이 길면 더 내야 한다. 아예 신고하지 않은 미신고자는 가산세가 납부액의 20%나 된다. 신고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지만 양도차익이 250만원 미만이라서 신고하지 않은 사람은 억울한 생각이 든다. 250만원 미만이라도 양도차익이 발생하면 무조건 신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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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주식투자에 대한 세금을 탈루하는 경우도 나온다. 2년 전 해외주식을 샀다가 올 초 처분한 회사원 B(45)씨는 매매를 자주 하지 않아 어림짐작으로 대략적인 세액 규모를 알 수 있었다. 그는 양도차익이 250만원이 넘어 세금을 내야 했지만 실제 세금 신고 때는 세금을 내지 않았다. 그가 세금 신고를 위해 증권사에서 받은 거래 내역에는 해외주식의 매수가격이 평균으로 나와 있었다. 평균가격으로 계산해보면 세금을 낼 필요가 없었고 그는 증권사에서 받은 거래 내역을 첨부해 세금을 내지 않았다. B씨는 “해외주식 매매 기록에 대해 일일이 환율까지 계산해 신고하는 것도 어렵지만 세무당국이 그걸 일일이 확인하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고작 몇 만원의 세금이지만 내지 않아도 아무런 일이 없는 걸 보면서 해외주식투자에 문제가 많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해외주식투자에 대해 이렇게 불합리한 과세 방법이 적용된 이유는 뭘까. 업계에서는 해외주식투자에 대한 과세 방법을 결정할 때 거래가 잦은 주식 매매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부동산 매매방식을 따랐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부동산은 매매가 어쩌다 한 번 있기 때문에 세금 계산이 쉽지만 주식은 하루에도 몇 번씩 매매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다 더욱이 투자지역이 해외이기 때문에 환율까지 고려해야 하는 점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과세 정책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도 정확한 이유는 제시하지 못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해외주식투자에 대한 과세 사례를 보면 선입선출법·이동평균법·선입후출법 등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이 가운데 선입선출법이 제일 많이 쓰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대세를 따랐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선입선출법은 현재 적용하는 방법으로 문제가 있다. 선입후출법은 선입선출법과 똑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면 남는 방법은 이동평균법이다. 이동평균법은 매수·매도 가격을 가중평균 내 차익을 구하는 방법이다. 환율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매수·매도 가격이 달러화로 정해지는 만큼 매도 가격에서 매수 가격을 빼 양도차익이 생기면 여기에 신고 때 환율을 곱한 뒤 나오는 원화 가격에 세금을 매기면 된다.

손실과 이익을 통합해 계산하는 손익통산의 기간을 늘리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지금은 손익통산의 기한이 1년이다. 1년 이내에 이런 주식 저런 주식에 투자해 손실을 내거나 이익을 봤다면 그 모든 것을 합해 이익이 나면 세금을 내고 이익이 나지 않으면 세금을 내지 않는다. 이 기한을 늘리면 해외주식에 투자해서 결과적으로 이익을 내면 세금을 내고 손실을 보면 세금을 내지 않는 과세 원칙이 지켜질 수 있다. 기재부도 해외주식투자 과세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런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 예정으로 용역을 준 상태”라고 밝혔다.

해외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지적하는 문제는 이밖에 더 있다. 국내주식투자자는 매매할 때 증권거래세를 낸다. 양도세는 내지 않는다. 해외주식 투자자는 해외주식을 매매할 때 기본적으로 해당 국가에 거래세나 양도세를 낸 뒤 국내에서 다시 양도세를 낸다. 국내주식투자와 비교하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해외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22%의 세율도 문제다. 로또 복권에 당첨되면 5만원에서 3억원까지는 22%(기타소득세 20%+주민세 2%), 3억원 초과는 33%(기타소득세 30%+주민세 3%)다. 로또 1등 당첨을 제외하면 로또 복권 당첨될 때 내는 세율과 해외주식 양도차익 세율이 같다. 일반 국내주식투자자는 양도세가 아예 없다. 국가가 국민에 대해 해외주식투자를 허용할 때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국가가 해외주식투자를 로또 구매 행위로 보지 않고 건전한 재산 형성을 위한 행위라고 판단하면 그에 합당한 규제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 /한기석 논설위원 hanks@sedaily.com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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