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37년간 멈춘 수도권 개발 시계 돌리려면

<김정곤 논설위원>

규제자유특구서 수도권만 빼놓고

투자 활성화 외치는건 전시행정

정치논리·이해관계 따지지 말고

매듭 한칼에 끊는 결단력 보여야

김정곤 논설위원





정부가 지난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연간 정책을 보완하는 성격이라 큰 내용이 나오기 어려운데도 혹평이 쏟아졌다. 혹평의 이유는 크게 보면 ‘그 밥에 그 나물’ ‘알맹이가 빠진 임시방편’ 정도로 요약된다. 좀 더 덧붙이면 “이 정도 대책으로는 지금의 엄중한 경제 현실을 극복하기 어렵다” 정도가 되지 않을까.


정부 발표 내용에는 언론들이 별로 주목하지 않았지만 기자의 눈길을 잡아끈 정책이 하나 있다.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기면 ‘하반기 중 규제자유특구가 지정(수도권 제외) 될 수 있도록 예산 등을 적극 지원해 산업·경제 혁신의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내용이다. 이르면 이달 말 1차 규제자유특구를 선정하고 올해 말까지 14개 시도에 1개 이상의 특구를 지정한다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나왔다. 지난 1월 도입된 규제 샌드박스가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면 규제자유특구는 특정 지역 내에서 규제를 자유화한다. 선(先) 허용, 후(後) 규제를 표방한 일종의 규제 샌드박스이기 때문에 법령에 근거가 없어도 임시허가를 받아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 해당 기업에 재정과 세제혜택도 지원한다. 해당 기업들 입장에서는 반길 만한 일이다.

문제는 규제자유특구에서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만 쏙 뺀 것이다. 이유는 국가균형발전이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을 제외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인데 한마디로 이해하기 어렵다. 규제를 대대적으로 완화해 기업 투자를 이끌어낸다면서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이중삼중 규제에 발이 묶여 있는 수도권을 제외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수도권에 속한 지역은 지난 37년간 수도권 규제와 환경 규제를 비롯한 각종 중복 규제에 묶여 있다. 토지이용 제한 및 대규모 개발행위 제한 등이 대표적이다. 수도권 규제 과밀억제권역으로 묶여 있는 지역에서는 공장 및 기업 설립의 제한을 받고 취득·등록세 중과세 등 과밀부담금까지 부담하는 역차별을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 수도권 규제를 일부 완화했지만 핵심 덩어리 규제는 여전히 남아 기업들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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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논리에 밀려 정치권에서는 수도권 규제 완화가 금기어가 됐다. 수도권 규제 완화는 역대 정부마다 뜨거운 감자였다.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와 경제계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수도권 규제 완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비수도권 지자체 및 지역 경제계에서는 ‘절대 반대’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수도권 규제 완화가 수도권 집중화를 더욱 심화시켜 지역 경제를 죽인다는 논리였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자체들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지역갈등의 원인이자 선거 쟁점이 됐다.

기업 투자를 활성화한다면서 규제자유특구에서 수도권을 제외한 정부의 속내도 복잡했을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을 자극할 만한 내용을 정책에 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기자의 생각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정책을 추진하다가는 여당 내에서 “표 떨어진다”는 소리가 나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모든 규제 혁신이 그렇지만 규제자유특구가 성공하려면 규제 완화의 핵심에 접근해야 한다. 투자의 주체인 기업들 입장에서도 규제자유특구에서 수도권이 제외된 것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수도권은 국내에서 가장 큰 시장이자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의 성능 및 효과를 시험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다. 수도권을 빼놓고 다른 지역에서 혁신기술과 제품을 개발하라는 건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다. 비수도권 발전은 지방예산 확대 등 다른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규제 전봇대 뽑기’, 박근혜 정부는 ‘규제 단두대’를 외치며 수도권 규제 완화를 추진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정치 논리로 이해관계를 따지느라 규제 완화의 핵심을 피해갔기 때문이다. 전임 정부의 전철을 밟고 싶은가. 실타래가 너무 꼬이면 풀어내기 어려운 법이다. 더 이상 고민할 시간이 없다. 실타래를 풀어내는 방법은 과감한 결단으로 매듭을 한칼에 잘라내는 것뿐이다. /김정곤 논설위원 mckids@sedaily.com

김정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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